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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황금 티켓 증후군

2024-10-28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유배지에서 보낸 세월은 20년 가까이나 된다. 39세에서 57세까지다. 외롭고 긴 유배 생활, 단 한순간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건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특히 두 아들에겐 사흘이 멀다 하고 편지를 보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자녀 교육' 만큼은 빈틈이 없었다.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각별히 강조한 것은 '가문(家門)의 부활'이었다. 그는 편지에서 "만약, 벼슬길이 끊어지면 빨리 서울 가까이 살면서 문화(文華·글 재주)의 안목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비록 날개가 꺾였지만 자식들만이라도 중앙 관직에 나가 큰 뜻을 펴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당시도 지금으로 치면 '인 서울'이 지배적 세태였음을 알 수 있다.

'황금 티켓 증후군(Golden ticket syndrome)'. 수도권 명문대·대기업에 입성하기 위해 무한 경쟁하는 작금의 현상을 일컫는다. '황금 티켓'은 원하는 모든 걸 이루게 해 주는 만능열쇠와 같은 수단을 뜻한다. 영국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실린 행운 이벤트 대목에서 생겨난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 전 낸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사회를 그렇게 표현했다.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황금 티켓 증후군'이 대한민국 청년의 사회 진출과 결혼·출산 시점이 늦어지는 주된 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너도 나도 '인 서울'에 목을 매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선 해결이 요원하다. 서울과 맞먹게 될 '대구경북특별시'가 닻을 올리면 좀 나아지려나. 이름 값을 하려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지역 대학을 '인 서울 대학' 못지않게 키우는 게 절실하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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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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