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
자동차를 운전해서 여러 지역을 다닐 때가 잦아졌다. 고속도로 분기점과 나들목에서는 긴장 상태로 차로를 바꾸게 되는데 초록색, 분홍색 유도선을 만날 때마다 너무 반갑다. 아마 많은 이들이 "누가 설치했는지 몰라도 큰 상을 줘야 하는데"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난 5월 '노면 색깔 유도선'을 만든 공로로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이 국민 추천을 통해 국민훈장을 받았다. 윤 차장이 군포지사에서 근무하던 중 2011년 3월 안산분기점에서 사망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지사장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예방 대책'을 만들 것을 요청했고, 고민하던 중에 8살 딸과 4살 아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고 한다. 2011년 5월 안산분기점에 최초의 유도선을 그린 이후 교통사고 감소와 차량 정체 감소 등의 효과가 입증되어 현재 색깔 유도선은 전국 1천여 곳에 그려져 있다.
"유도선은 그야말로 유도선입니다. 규제하는 선이 아닙니다. 옆구리를 쿡 찔러 그쪽으로 가게 하는 거죠." 윤 차장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넛지(nudge)'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쓴 '넛지'(2008)에 나오는 이야기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다. 두 학자는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했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탈러와 선스타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소리없이 행동을 바꾸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알 박기, 장기 주차, 쓰레기 투기 금지', 앞산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현수막이 눈에 띈다. '규제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시 생각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노란색 삼각뿔 모양이 눈에 크게 들어온다. 국제아동인권센터가 개발한 '옐로카펫'이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횡단보도 벽과 바닥을 노란 삼각형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옐로카펫을 통해 어린이들은 안전한 영역에서 신호를 기다릴 수 있고, 운전자는 어린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영국은 2010년 정부 예산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넛지 이론을 적용하기 위한 특별팀을 내각 기구로 편성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소리로 시끄럽다. 넛지로 도시를 바꾸는 지방정부, 지방대학, 시민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부드러운 개입은 소리없이 강하다.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