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효과로 활기 되찾은 동성로, 빈 골목엔 여전한 '임대'
대형 매장 늘며 젊은 층과 관광객 몰려…소규모 상가는 고전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지하 2층에 마련된 아울렛 공간 모습. <무신사 제공> |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지하 2층에 마련된 아울렛 공간 모습. <무신사 제공> |
대구 동성로 상권이 대형 브랜드의 잇따른 입점과 리뉴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1년 전 '무신사 스탠다드'가 동성로에 첫 매장을 열면서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제조·직접판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이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변신하면서 관광객 유입도 많아졌다. 하지만 중심부를 벗어난 골목의 소규모 상가들은 여전히 텅 빈 채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다. 동성로 상권 내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동성로 상권에 활기 준 '무신사' 효과
동성로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 무신사 스탠다드가 오픈하면서다. 동성로점은 수도권 이외 지역 중 처음 개장한 매장이다. 오픈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개장 초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며 3일 만에 3만명이 매장을 찾았다.
영남일보가 무신사에 확인한 결과,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은 개점 후 1년간 114만명이 다녀갔다. 월평균 10만명 이상이 매장을 찾은 셈이다. 판매된 상품 수량만 24만개에 이른다. 업계에선 올해 1~10월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무신사 스토어 홍대점과 맞먹는다.
무신사가 동성로에서 흥행한 비결은 온라인 기반의 인기 패션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데 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5개 층으로 오프라인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다. 방문객의 83%가 20~30대인 점도 타깃 전략이 적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신사 홍보팀은 "동성로점은 맨, 우먼, 스포츠, 뷰티, 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브랜드 최대 규모를 구비했다. 최근 지하 2층에 아울렛을 리뉴얼 오픈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고 했다.
스파오 동성로 중앙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이랜드월드 제공>
폴더 매장 전경. <이랜드월드 제공> |
무신사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다른 대형 브랜드들도 동성로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대형 브랜드들이 젊은층의 발길을 끌기 위해 리뉴얼하며 매장 분위기를 바꿨다.
이랜드월드의 대표브랜드 '스파오 동성로 중앙점'은 3개월간 리뉴얼을 거쳐 7월 새 단장을 마쳤다. 주요 고객층인 젊은 여성을 위해 1층에 여성 의류와 협업 파자마 라인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스파오 매장 최초로 '키오스크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스파오 관계자는 "리뉴얼 이후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하고, 매출은 55% 상승했다. 내년엔 동성로점을 주요 컬래버레이션(협업)의 핵심 매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계열사인 신발 편집숍 '폴더(FOLDER)'도 지난 8월 프리미엄 매장 '폴더 하이라이트'로 재탄생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호카, 오틀리, 노매뉴얼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구성했다. 매출은 40%, 방문자 수는 30% 늘었다.
글로벌 SPA브랜드 'H&M' '지오다노' 'MLB' 등도 동성로 중심부에서 리뉴얼을 마친 상태다.
신규 브랜드들도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 8월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아식스'가 입점했다. 9월엔 '아디다스 오리지널' 플래그십(주력제품) 스토어가 서울 홍대와 가로수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동성로에 문을 열었다.
2020년 문을 닫았던 '유니클로'도 내년 상반기 복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 측은 "출점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라고 했다.
현재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과 중국의 유명 샤브샤브 브랜드 '하이디라오'도 동성로 입점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따라 동성로 진출을 저울질하면서 현재 동성로 일대엔 300평대 이상 대형 매장이 부족한 상태다.
스파오 동성로 중앙점 리뉴얼 이후 재오픈 당시 오픈런 모습. <이랜드월드 제공>
5일 동성로 로데오골목과 연결된 '야시골목'. 유리벽에는 빛바랜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때 대구 젊은층의 유행을 선도하던 보세 옷가게들이 가득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빈 점포가 늘어, 골목은 한산했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해온 한 상인은 "야시골목도 이젠 옛말이다. 평일엔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 브랜드들의 연이은 입점은 동성로 상권에 활기를 불러왔지만, 인근 소규모 상가들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중심도로의 대형 매장이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동안, 이면도로의 골목 소규모 상점들은 상황이 더 힘들어졌다.
빈 점포는 늘어가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임대 동향을 분석한 결과, 동성로의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2021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1㎡당 평균 2만5천600원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2만7천 원으로 5%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상권 가치가 상승하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준호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장은 "무신사가 들어오면서 보세 의류를 취급하는 중소 의류업체들과 소규모 옷가게들이 많이 폐점했다. 무신사와의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라며 " 동성로가 관광특구로 지정되고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지원되는 만큼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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