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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삼성전자, MS의 길 가라

2024-11-07

어설픈 성과주의 보잉 닮아
HBM 팀 해체 결정적 실책
M&A는 '하만' 인수가 고작
조직·의사결정·연구·아이템
AI 등 미래에 최적화해야

[박규완 칼럼] 삼성전자, MS의 길 가라
박규완 논설위원

# 보잉의 굴욕=비행 중에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이륙 중에 엔진덮개가 날아가는 항공기라면 괜히 오싹해진다. 그런데 이런 항공기를 만든 업체가 108년 역사, 세계 1위 항공기 제조 거인 보잉이라니. 지난 3~4년간 보잉 항공기의 사고 이력은 횟수와 실상에서 상식을 넘어선다. "찜찜하다"며 보잉을 기피하는 탑승객도 많아졌다. 어쩌다 굴지의 보잉이 사고뭉치 천덕꾸러기가 됐나.

단기 경영실적을 중시하는 재무 출신이 보잉을 장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보잉은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우선 돈이 되는 금융사업을 늘렸다.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정량평가가 어려운 연구개발 부문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기술력과 안전이 곧 경쟁력인 항공기 제조업체에서 '기술 후순위' 경영의 후과는 잔혹했다. 사고가 연발하며 브랜드 가치가 급락했다. 이제 주문량·인도량·시가총액에서 유럽의 후발주자 에어버스에 밀리는 신세다. 2018년 106억달러였던 부채는 지난해 471억달러로 늘어났다. 보잉의 '이유 있는' 추락이다.

# 구글의 M&A=IT 공룡 구글의 성장엔 M&A(인수·합병)가 한몫했다. M&A로 특허를 얻고 기술 확보로 몸집을 키웠다.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스마트폰 OS(운영체계) 생태계를 주도했으며,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사들여 구글의 '황금거위'로 키웠다.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AI 시스템이다. 오토푸스·봇맨돌리 같은 로봇기업 M&A에도 공을 들였다.

지금은 클라우드에 올인하고 있다. 무려 230억달러에 위즈 인수를 추진 중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3위에서 벗어나겠다는 포석이다. 위즈는 일단 구글의 제안을 거절했다. 위즈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의 보안 위험을 탐지해 제거하는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이다.

# 삼성전자는?=2017년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를 제외하면 M&A 실적이 없다. M&A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형국이다. 묘하게 보잉이 어른거린다. 기술개발보다 원가절감을 우선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위기를 키운 점이 닮았다. 어설픈 성과주의도 데칼코마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팀 해체는 뼈아픈 실책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며 조직을 해체했고, 구성원 상당수는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의 겨울'을 예고했지만 실상은 '삼성전자만의 겨울'이다. '5만 전자' 추락에 역대 최장기간 외국인 매도 굴욕까지 보태졌다. D램 개발 '세계 최초' 기록은 5년째 멈춤 상태다. 5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TSMC의 시가총액이 비슷했으나 지금은 344조원 vs 1445조원이다(10월22일 기준).

구글의 M&A를 답습해야 할 삼성이 보잉의 궤적을 밟은 건 위험징후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위기에서 부활한 MS(마이크로 소프트)의 예시가 있다. CEO 나델라는 절대평가를 도입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만들었으며, MS 특유의 오픈소스 기술을 살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자로 올라섰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전자는 MS의 길을 가야 한다. 조직·의사결정·연구개발·아이템을 인공지능 같은 미래 트렌드에 최적화해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미래에 투자하라 그리고 미래를 창조하라".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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