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한 방울 정성스럽게…장인 손맛 스며든 고품격 막걸리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후유증에 시달리던 천상병 시인이 지인들을 붙잡고 "막걸리 값 천 원만 줘!"라고 조른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시 '막걸리'에서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나는 막걸리를 조금씩만/ 마시니 취한다는 걸 모른다/ 그저 배만 든든하고/ 기분만 좋은 것이다.'
만추(晩秋). 단풍은 화려하게 물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잔잔한 쓸쓸함이 남는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소박하게 위로받고 싶은 가을의 막바지. 그럴 때 우리 곁에 있는 막걸리는 제격이다. 한잔 넘기면 쌀에서 우러나오는 구수함과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을 감싸며 마음을 달래준다.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보급 술이다. '막 걸러내는 술'이라고 해 막걸리(莫乞里)다. 여기서 '막'은 '지금 막'이란 의미다. 저렴하고 세련되지 않은 술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면 믿을까. 저렴한 술이라서 당기지 않는다면 오산이다. 올해 편의점 CU의 막걸리 매출은 17.9% 증가했다. 막걸리는 이제 중장년층을 상징하는 술도 아니다. 최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젊은 층까지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한 병에 몇 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마신다. 이를 일찍부터 발견한 유통업계는 이미 다양한 연령층의 주류 마니아들을 공략하고 있다.
반대로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다. "아무리 프리미엄이라지만 막걸리를 무슨 그 돈 주고 마시냐"고. 하지만 단순히 비싸단 이유만으로 호기심에 이를 마시진 않을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주 대구와 경북 경산의 소규모 양조장 두 곳을 찾았다. 프리미엄 막걸리의 성공은 소규모 양조장의 증가 덕분이기도 하다. 대형 양조장과 달리 재료 하나부터 발효 과정까지 오랜 시간 공들여 술을 빚어내며 독특한 개성도 담겨 있다.
청년이 젊은 감성을 발휘해 새로운 술을 만드는 대구 달성군의 '달성주조',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한 경북 경산의 '미송주가'. 각 양조장 대표를 만나 생산 중인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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