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과의 조기 회동은 끝내 불발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이번 윤 대통령 APEC 남미순방의 귀로에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는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4일 페루 리마에서는 "내년 취임식(1월20일)까지는 회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의 주말골프에 대해 "트럼프와의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연습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골프를 문제삼은 시대도 아닌데 굳이 트럼프까지 끌어들이냐는 비판을 낳았다.
트럼프 당선 후 여러 외교전문가나 언론에서는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방법으로 아베모델을 추천한다. 아베 일본총리는 트럼프의 첫 당선인 시절인 2016년 11월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찾아가 외국정상으로는 첫 만남을 이루었고, 이후 5차례의 골프라운딩을 가지면서 뜨거운 밀월 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물론 우리도 골프외교를 한 사례가 있다.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초대받아 부시와 함께 골프를 쳤다. 하지만 이 방미 직후 미국산쇠고기 수입개방에 따른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 촛불사태로 번졌고, 이대통령은 결국 두 차례나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미국대통령과의 골프는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른 흑역사로 남아 있다.
아베에 대해 트럼프는 '환상적인 친구'라고 불렀다. 하지만 트럼프가 아베를 좋아한 것은 그가 고가(高價)의 골프채를 선물해서가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증진시키는데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7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했고, 일본의 방위비를 대폭 인상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줬다. 대신 트럼프는 아베의 일본에게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태평양의 최대 파트너로 대접했다. 2022년 아베가 암살되자 트럼프는 SNS에 "아베는 위대한 지도자였다. 무엇보다 자기나라 일본을 사랑했다"며, 아베의 애국심을 칭송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이 쓴 '트럼프의 귀환' 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굽히고 들어오면 품는다. 강하게 나오는 상대에게는 맞선다. 그러면서도 존중해준다. 비겁하고 제 몫을 다하지 않는 상대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한다(트럼프는 문재인을 무시 했다는 느낌이다). 트럼프의 성격과 북한 김정은과의 비화는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분노(Rage)' 책에 잘 나와 있다.
조 원장은 "트럼프를 상대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할 점은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약속한 매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의제의 이행에 성과를 내려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골프 같은 형식보다 트럼프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제안을 던지면서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키는 협상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대만은 이미 늘어난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의 원유와 군수품 등을 더 수입하는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헤리티지재단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 재협상 때 한국의 조선업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트럼프가 윤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언급한 한국의 조선업을 통해 미국의 해군력과 산업을 강화시켜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윤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한국의 국력과 5천만 자유대한 국민들의 성원을 믿고, 트럼프와의 외교에 당당히 임하길 기대한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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