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8개월이 되었다. 러시아의 진격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우크라이나는 한발씩 물러서고 있다. 러시아는 금년에만 2천700㎢의 영토를 뺏었는데 이 영토는 작년 뺏은 면적의 거의 6배다. 우크라이나가 2022년에 쿠르스크와 오스킬 강 동편 땅을 되찾았지만 다시 조금씩 밀리고 있다. 개전 후 러시아는 지금까지 돈바스 지방 11만649㎢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도 1천171㎢의 땅을 공취하긴 했지만 반 이상을 도로 뺏기고 말았다.
우크라이나가 공취한 땅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방으로 돈바스 지방보다는 한참 북쪽에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이 지방을 점령했을 땐 사기가 충천했었다. 러시아가 즉각 반격하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병력을 그곳에 묶어 놓고 돈바스를 쉽게 치기 위함이었으리라.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정예부대가 거기에 묶여 있다. 러시아는 최근에야 북한군을 합해 5만 명을 이 쿠르스크 지방에 배치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장거리미사일을 쓰게 하자 하루 만에 그것을 써먹은 곳도 이곳 전투에서다.
러시아의 침공에는 그만한 희생이 따랐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시아는 전사자가 7만8천329명에 달했는데 특히 금년 9월에서 11월까지 희생자가 많았다. 러시아는 전선에 신병을 겹겹이 밀어 넣는 전술을 쓰지만 우크라이나는 병력과 물자를 아끼며 한발씩 후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겐 트럼프의 당선 또한 달갑지 않다. 그가 취임하면 하루 만에 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니 혹시 우크라이나의 군사원조를 끊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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