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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갑질과 을질에 대한 소소한 경험기

2024-12-02

[단상지대] 갑질과 을질에 대한 소소한 경험기
이은미 변호사

좀 지난 일이다. 나는 아파트 체육시설 앞에서 젊은 입주민 여성이 더 어린 관리사무소 여직원에게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것을 목격했다. 욕설과 고성, 폭언이 난무했는데 그 목소리 톤이 너무 무서워서 내 손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 입주민 옆에는 그녀의 남편도 있었는데, 그녀의 남편은 왜 자신의 와이프를 화나게 했냐고 직원을 책망했다. 입주민은 반말로 직원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고, 여직원 얼굴 가까이에 삿대질도 하고 있었다. 여직원은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대체 관리사무소 직원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사람이 저 정도로 광분하나 싶어서, 사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 근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 척하면서 귀를 쫑긋했다.

대강 들어보니 그 입주민은 직원이 사물함 키를 줄 때 공손하지 못했다는 것을 탓하고 있었고 그 여직원은 그러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었다. 그 입주민은 네가 여기 사장이냐부터 해서 이제 여기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도 하고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나는 '업무방해죄, 폭행죄, 모욕죄'와 같은 죄명을 떠올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싸움을 말리다 싸움에 휘말려 쌍방폭행 등의 죄목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에 일단 직접 개입은 삼갔다. 내가 뜯어말리기에는 입주민이 지나치게 광분 상태라 주변을 맴돌며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입주민은 관리사무소 여직원에게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긴 채 체육시설로 들어갔다. 나는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다가가서 괜찮냐고 물었다. 내가 가서 묻자 그녀는 서러운 듯이 울었다. 그녀가 상처도 받았겠지만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본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그 직원에게 내 휴대폰 번호와 내가 사는 곳 동·호수를 적어 주었다. 곧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 관리사무소 직원이었다.

그녀는 그 입주민이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에게 사실을 왜곡해서 말하고 그 직원의 사과와 해고를 요구한다고 했다.입주민은 아파트 커뮤니티 홈페이지에도 올려 공론화시키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나는 체육시설 센터장과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본 사실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입주민은 형사처벌 감인 행동을 하고도 왜 직원에게 사과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자기 자식한테 해도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만한 행동을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하셨는데 만약 왜곡된 사실로 커뮤니티에 글이라도 올린다면 내가 반박하겠으며 직원을 이 일로 해고한다면 '주민 갑질 사례'라고 했다. 그 갑질 사건 이후에도 그 직원은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나는 국선으로 담당하는 사건의 구속 피고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는 나에게 부적절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명령조로 하고, 옥바라지와도 같은 수준의 접견을 지시했다. 내가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인신공격성 편지를 보냈다. 외견상으로는 변호사와 구속된 피고인의 관계에서 그가 약자이지만, 나는 그렇게 인식되는 지위를 이용한 역갑질이라고 느꼈다.'을질'이라고나 할까. 그는 내가 국선변호를 받는 빈곤한 처지의 사람을 함부로 대한 사람인 것처럼 기재해서 재판부에 국선변호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할 듯이 행동했다. 명예를 염려한 나의 편의를 제공받으려는 것이다. 참을성이 부족한 나는 선빵을 날렸다. 나를 그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한 것을 취소해 달라고, 갑질도 나쁘지만 을질도 나쁘다. 놀랍게도 국어사전에 '을질'이 이미 들어와 있다.이은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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