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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욜로와 요노

2024-12-09

[문화산책] 욜로와 요노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한동안 유행했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지나가고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새로운 소비경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욜로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지향하며 취향과 경험을 강조했다면 새로 등장한 요노는 욜로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자신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한다는 이 트렌드는 실용성을 강조하며 지속 가능한 현명한 소비를 지향한다. 소소한 일상 안에서 물질적인 소비가 주는 자극보다는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의 기준이나 시선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합리적인 가성비를 추구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는 너무 당연하게도 경제적 상황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변화, 25년 혹은 그 이후까지 경제적 위기에 대한 경고들은 소비자의 마음과 지갑을 더욱 위축되게 한다.

문화예술계도 욜로와 요노의 영향을 받았다. 욜로의 시기에 관람객들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관람을 위해 좋은 좌석을 예매하고 블루칩 작가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하는 신진 콜렉터가 되었다. 이를 반증하듯 공연예술 시장과 문화예술 시장도 규모적으로 성장했다. 요노는 정반대의 추세를 보여준다. 모든 소비가 줄고 있다. 관람객들은 극장에서 좋은 좌석을 찾는 방법보다는 가성비 있는 관람을 계획하고, 전시를 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들은 숙박과 이동에 대한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찾는다. 'You Only Need One'은 관람에도 해당되는데 전시와 공연 모두 티켓판매수가 15% 이상 급감했다. 관람객들이 하나만 선택하게 되면서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양극화는 심해진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예술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시장의 침체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규모와 인지도가 높지 않은 기관·단체가 먼저 타격을 받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시작하는 신진들을 위한 자리다. 일례로 뮤지컬 알라딘은 내년 2월까지 매진이지만 그 주변에는 빈 좌석을 두고 고민하는 수많은 극장들과 단체들이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 중 대부분은 샤롯데홀보다 훨씬 작은 곳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될 것이고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작은 비영리 공간에서 첫 전시를 하게 될 것이다. 수업을 하면서도 취향과 미감의 확장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말라고 말하는데 요즘 학생들의 사정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을 줄이게 된다.

여러 지표들이 경제적 위기를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학생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다양한 작품을 소비하며 미적인 감각을 키우고 그것을 창작으로 이어가기 위한 지원들이 이어져 다음 세대의 예술가와 관련 전문가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가지고 있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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