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바다로 향하는 콘텐츠 경쟁
해양소재는 미래 담보 보물
경북해양콘텐츠포럼도 출범
시행 가능성 높은 정책 발굴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노력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
바다는 인류의 역사와 뗄 수 없는 무대다. 이유는 다양하다. 진화론자에게 바다는 생명의 시원으로서 인류 탄생의 모태다. 또 세계사는 정치·경제·군사의 주도권은 바다와 항구를 지배하는 이들의 몫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집트, 그리스, 카르타고,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주인공이다. 현재는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도 합류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바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등 유명한 작품의 탄생에 영감을 주었다. 드뷔시의 '바다' 등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 속에서는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할리우드 해양영화의 획을 그은 '죠스' '타이타닉' '그랑블루' 등 바다를 형상화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국내에서 1천700만명이라는 최다 관객 기록을 갖고 있는 '명량'도 바다가 주요 무대였다. 명량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울돌목의 회오리물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실감나게 표현한 것을 꼽을 정도다. 이 추운 겨울에 갑자기 웬 바다 이야기?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다. 바다가 콘텐츠 분야에서 중요한 소재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올해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발족한 해양콘텐츠포럼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했다. 경북의 문화와 역사 자원에 콘텐츠의 옷을 입히는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문화원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바다는 무한한 매력을 가진 콘텐츠의 보고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콘텐츠를 제작·지원했지만 해양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론 극장판 애니메이션 '독도수비대 강치'나 '변신 로봇 호보트' 등 해양을 소재로 한 콘텐츠도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았다. 콘텐츠 영역의 소재 확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해양으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
우선, 경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해양콘텐츠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을 접촉하면서 네 개의 분과를 만들었다. 첫 결실이 지난 9월 포항에서 발족한 경북해양콘텐츠포럼이다. 해양 스토리와 관광·레저, 기술 및 유통콘텐츠 등 4개 분과에 8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경북해양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발전 전략을 찾는 첫 걸음이었다.
이어 10월에 분과별 모임을 열고 정책과제 발굴을 논의했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관련 정책과 신규사업을 찾고 예산을 확보해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자는 취지에서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출된 내용을 정리·압축해서 4대 핵심과제로 정리해서 10월30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바다를 주제로 하는 포럼이나 세미나는 종종 열렸다. 대부분 단발성 행사에 그쳐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포럼은 정책 개발과 시행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출발 단계이기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이르다. 다만 인류와 함께 해온 바다에서 콘텐츠의 원형을 찾는 여정은 무궁무진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석학 자크 아탈리의 '바다의 시간'은 바다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명한 저서다. 저자는 바다의 시간과 공간을 씨줄날줄로 아우르면서 그 중요성을 설파한다.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산 사람, 죽은 사람 그리고 바다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 대목은 살갗에 와닿는다. 이 말을 현대에 적용하면 이쯤 되지 않을까? '세 종류의 콘텐츠가 있다. '산 콘텐츠, 죽은 콘텐츠 그리고 해양 콘텐츠'. 물론 모든 콘텐츠가 다 의미 있지만 해양콘텐츠는 미래를 담보할 보물이라는 세계관을 담아서….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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