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4시 윤 대통령 탄핵 2차 표결
오후 5시쯤 윤 대통령 탄핵 투표 가결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시계'가 14일 멈춰서면서 대구 민심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낭떠러지까지 내몰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이날 국회에서 가결되자 대구 곳곳에선 엇갈린 반응을 쏟아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를 겪은 대구시민들은 이번 탄핵소추 결과를 두고 또다시 '옹호'와 '반대'로 나뉘며 민심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4시 동대구역 맞이방 TV 앞.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과 같이, 이날도 동대구역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TV 앞으로 모아졌다. 오후 5시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이곳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호성과 탄식의 목소리가 뒤섞였고, 미소와 냉소 사이 괴리감을 보인 이들도 나타났다.
시민 박모(33)씨는 "국내가 비상계엄 사태에 탄핵정국까지 요 며칠간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 혼란을 종식시킬 마지막 카드는 윤 대통령의 탄핵뿐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잘못된 행보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결국 비상계엄도 대통령이 짜낸 고도의 전략이 아닌가 싶다. 대구시민들의 민심도 예전과 다르게 추가 한쪽으로 기운 만큼 헌재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 윤모(66)씨는 "박근혜 탄핵 때도 대구 곳곳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이번 탄핵소추 가결로 또다시 전국의 시선이 대구로 몰리게 됐는데 60년 이상을 대구에 살면서 이런 일들이 벌어져 참담할 뿐이다"며 "이번 대통령 탄핵은 너무 과했다. 이번 결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뿐더러, 정권 또한 아예 한쪽으로 쏠리게 됐다. 야당에서 위헌적 탄핵 등에 대해 지속 반대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대구경북(TK)시민들은 반응이 엇갈렸다. 환호성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대구시민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75%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낸 바 있다. 전국 지자체 1위였다. 반응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살을 에는 매서운 강추위 속에서도 분노한 TK민심은 용광로처럼 타올랐다. 지역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날 오후 5시쯤 대구 동성로 일대 CGV대구 한일에서 2·28공원까지 윤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가 열렸다. 국회 현장을 생중계하던 스크린에서 가결소식이 들리자 집회 참여자 수 만여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2만명(경찰 추산)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김모(44)씨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번 탄핵안 통과를 계기로 앞으로 대구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현재 나라가 많이 어렵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모(63)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계엄 사태를 일으켰다. 윤 대통령 탄핵을 통해 민주주의와 태극기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다소 아쉬움을 표현하거나, 탄핵 투표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독주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모(여·67)씨는 "사람들이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옳고 그름'은 자신의 판단이지만, 탄핵을 지지하면서 무엇이 지역 사회에 올바른 길인지 깨달았으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탄핵에 반대한다. 물론 윤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다. 탄핵 정국의 중심이 대구인 게 싫을 뿐이다"고 밝혔다.
김모(49)씨는 "동성로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든 걸 직접 보며 시대가 변해가는 걸 느낀다. 다만 이번 탄핵안 통과가 민주당 독주로 이어져선 안된다. 국정 안정을 위한 움직임이 벌어진다면 계속 참여하겠지만, 민주당과의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는 민주당의 입법 행보에 대한 반발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달성군의 한 국민의힘 당원은 "추 전 원내대표를 내란 공범으로 지목하며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폭거"라며 "지역민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은 "민주당의 행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며 "다시 TK 지역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전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 민주당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 확산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주 중인 달성군 유가읍에서는 "다시 문재인 정권 시절처럼 민주당이 모든 권력을 가져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한 주민은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이어가면 TK 민심이 폭발할 것"이라며 "결국 이는 보수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승규·이동현·최시웅 기자

이동현
산소 같은 남자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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