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사태' 탄핵 심판~형사상 소추…법리적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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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형식 헌법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정미·이미선·김형두·김복형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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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에 묻혀 세세한 법리적 판단에 대한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치열한 법적 공방도 있을 수 있다. 이에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여부의 '키(key)'를 쥔 헌법재판소의 내란죄 성립여부와 관련된 법리적 쟁점을 살펴봤다.
◆'내란죄' 규정한 형법 제87조
헌재는 오는 27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수사처 등도 앞다퉈 내란죄 수사에 혈안이 돼 있다.
핵심은 '내란죄' 성립 여부다. 형법 제87조에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역 법조계는 현재 탄핵 사유로 해당되는 내란죄에 대해 △전시·비상사태에 준하는 사태였는지 △군사상 필요성이 있는지 △국회에 즉시 통고됐는지 △국회 권한의 배제 또는 금지 시도가 있었는지 등 4가지 요소를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대구변호사회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형법의 내란죄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히 해석될 것이라는 점에서 헌법의 탄핵 인용보다는 성립 범위가 좁다"고 말했다.
이어 "목적범인 내란죄의 수괴(우두머리)로 지목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다. 고의와 목적과 같이 내심의 의사(일정한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려는 의사를 외부로 표시하는 것)를 부인하는 경우 직접·간접·정황 증거 등을 통해 추단한다"며 "핵심 공범들이 내란 목적을 부인 중이라 윤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내란)목적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목적성에서 살인까지 발생한 사건의 내란과 그렇지 않은 내란 형태는 범죄 성립에서 차이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계엄 핵심공범 내란 목적 부인
국회기능 마비시킬 의도 있었나
위헌 여부 등 탄핵 인용 좌우
"尹 국헌 문란의 목적 없었다"
내란 아닌 통치행위 주장할 듯
헌재, 대통령 공백 파장 최소화
형사소송 진행에도 심판 절차
◆형법 제91조 '국헌문란'
형법 제91조엔 국헌문란의 개념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할 수 있는 능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문란의 목적을 요구하는 내란죄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법령에서 쟁점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의도가 있었느냐 여부다. 윤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하려한 행위를 위헌·위법으로 볼 지가 탄핵인용과 수사당국의 기소 여부를 좌우하는 열쇠다.
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고, 법적 절차를 지킨 '통치행위'라고 발언했다"며 "이는 통치행위론(고도의 통치 행위 '사법불벌')으로 볼 수 있는데, 대통령 등 통치자 행위 중 일부는 사법부 판단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헌재 첫 변론에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린 '고도의 통치 행위'라고 초지일관 주장할 것 같다"고 했다.
또 "형법 제91조에 명시된 헌법기관은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무장 군인이 국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강압성을 띠지만 윤 대통령은 계속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지 않았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고 했다.
◆'계엄법' 제9조와 13조
계엄법에 내포된 정당성 등 의미에 대한 해석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핵심은 국회의원 활동 제약의 정당성을 확보했느냐의 여부다.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는 윤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국회 통제를 시도한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됐다. 이 법령엔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이 군사상 필요시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제13조(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엔 '계엄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경우, 포고령을 통해 정치 활동을 금하고 이를 위반한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야권에선 대거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작은 허점까지도 메우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다만, 법조계에선 기본적으로 계엄법을 악용한 국회의원 체포 시도는 상위법 '헌법'을 위배하는 행위이고, 따라서 개정 필요성도 없다고 봤다.
강수영 변호사는 "우리 헌법엔 명시적으로 계엄이 선포되면 국회에 통고할 의무가 발생한다. 계엄 해제 권한도 국회에 있다. 그런데 이를 봉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과거 다른 범죄가 있어서 구속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포고령을 통한 정치 활동 금지는 법리적으로 불가하다"고 했다.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정치적 셈법이 다소 내포된 것 같다. 국민 여론을 모을 방편으로 활용하고, 또 계엄법 개정을 시도했을 때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나 여당 반응 등을 살펴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
헌재법 제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헌재 판단이 가진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항으로 보인다.
조상희 변호사는 "헌재가 판단하는 범위, 능력은 형사법원과 다르다"며 "헌법재판은 헌재 자체 판단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증인 신문이 배제되며, 증거의 불법 여부 판단 등도 빠진다. 결국, 형사사건 판단에 요구되는 증거 등을 제외한 채, 양측 자료와 주장만으로 헌법 위반 여부를 가려내야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도 법조계 내에선 형사재판이 끝나기 전에 헌법재판이 선행된 것을 문제 삼은 적이 있었다. 아직 판결도 나지 않은 사건을 두고 사실화해 헌법재판을 열고, 탄핵 판결을 내린 게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피청구인이 충분히 항변할 기회를 잃은 '인민재판'이란 비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으므로, 심판 절차를 정지하지 않아도 된다"며 "법 자체로 보면 절차상 순서를 지켜야겠지만, 피청구인이 대통령인 비상식적 상황에서 반드시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는 조항을 굳이 적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동현기자leedh@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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