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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시대공감] 미국에서 자리 잡는 한식

2025-01-10

세상 진미 모인 미국 뉴욕서
한식당이 5대식당 반열 등극
한류 속 맛까지 세계가 인정
무시 받던 발효식품 김치도
선망음식 될 날 머지않은 듯

[하재근의 시대공감] 미국에서 자리 잡는 한식
하재근 문화평론가

지난 연말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의 '2024 뉴욕 가이드'에서 한식당이 별 셋을 받아 주목받았다. '미슐랭 가이드'는 자동차 여행을 장려하기 위한 타이어 회사의 여행 정보지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로 성장했다. 미슐랭으로부터 별 하나라도 받으면 이목이 집중되면서 해당 식당의 위상이 반석 위에 올라선다. 미슐랭 별은 많은 요리사들의 꿈이기도 하다.

미슐랭 별 중에서도 최고점이 별 셋인데, 이 별 셋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이민자의 나라이며 최강대국인 미국엔 온 세상의 진미가 모여든다. 고급 레스토랑도 당연히 매우 많다. 그런 미국 전체를 통틀어 미슐랭 별 셋 식당은 14곳에 불과하다.

미국 중에서도 세계 요리의 집산지로 이름 높은 곳이 뉴욕이다. 뉴욕엔 국제적 유명 식당도 많은데 이번에 미슐랭 별 셋을 받은 곳은 단 5곳이다. 한식당인 'Jungsik New York(뉴욕 정식당)'이 그 대열에 끼어, 말하자면 한식당이 뉴욕의 5대 식당 중 하나가 된 셈이다.

뉴욕의 미슐랭 별 셋 식당 중엔 프랑스 요리 식당 1곳과 일식당 1곳이 있다. 프랑스 요리는 서구 요리의 정수로 이름 높고, 일본 요리는 서구권에 일본 열풍이 불면서 고급 요리로 자리 잡았다. 서구인들은 일본 문화를 아시아 대표 문화로 인식해, 예전부터 일본 문화를 특별히 존중하는 흐름이 있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요리까지 서구인의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반면에 한국 문화는 일본과 중국에 밀려 서구인들에게 거의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했었다. 특히 한식은 단순한 무시를 넘어서서 혐오 음식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김치로 대표되는 우리의 발효음식 문화가 서구인들에게 극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빠르게 인식이 호전되면서 한식이 일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느낌이다. 한식당이 뉴욕에서 5대 미슐랭 별 셋 식당 중 하나에 등극한 사건이 그런 흐름을 상징한다.

미슐랭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별 셋은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에 주어진다. 단지 그 식당에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날 정도이니 가히 식당 하나가 웬만한 관광 명소급이라고 하겠다.

한국에 있는 정식당도 미슐랭 별 둘을 받았다. 정식당을 이끄는 임정식 대표는 군대에서 취사병 대타를 뛰다 요리에 눈을 떠 "한국에 10년 내로 미슐랭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으니, 미슐랭이 있는 미국으로 내가 가겠다"라며 2011년에 뉴욕 정식당을 열었다. 그동안 미슐랭 별 하나, 별 둘을 받아오다 이번에 13년 만에 별 셋을 받은 것이다. 13년 동안 음식 맛이 달라진 게 아니라 한식을 바라보는 미슐랭의 시각이 달라졌다.

임 대표는 "10여 년 전엔 한식이 비주류였는데 지금은 뉴욕 전역으로 한식 저변이 확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언론에서 한식을 빼면 이야깃거리가 없을 정도다. 이제는 코리아만 붙으면 일단 화제성을 잡고 가는 분위기다. 그만큼 한식은 '핫한 것'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위상이 올라갔고 특히 한류 덕분에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이 최근 폭증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임 대표는 한식이 미국에서 주류 문화로 부상한다고까지 말했다. 조만간 김치가 서구에서 선망 음식이 될 분위기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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