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논설위원 |
2023년 8월24일, 환경부는 민간과 지방투자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환경 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선할 규제 중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구조 개혁과 관행 혁파로 검토는 내실화, 민간·지방 투자는 활성화'라는 목표를 앞세웠다. 이를 위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기로 했다. 또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과도한 보완요구에 대한 이의신청 및 조정 절차도 신설키로 했다. 당시 환경부는 "'킬러 규제' 확 걷어내, 부담 줄이고 투자 늘린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규제 완화로 얻는 경제적 효과가 8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법이 개정됐고, 시행령도 만들어졌다. 이에 맞춰 대구시 등 대부분의 시·도가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개정된 환경영향평가법의 2월21일 시행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경북도에는 관련 조례가 없다. 작년 10월 경북도의회가 '환경부보다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안이 만들어져 있다'며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조례안을 부결시킬 당시, 비판 목소리를 높였던 박규탁 경북도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인구는 줄고 소멸지역이 돼 가고 있는데, 환경만 보호하면 무엇으로 먹고 사나. 다른 지역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이유가 있나. 경북은 땅이 넓고 산림자원도 풍부하다. 개발할 곳은 개발하게 해줘야 한다."
민간과 지방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데 사용하라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줬는데, 경북도는 규제 강화에 방점을 찍어 정부 의도와 엇박자를 낸 것이다. 경북도는 그 이유를 '민원이 많은 의료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빈대만 잡으면 될 것을 초가삼간을 태워 빈대 잡으려 한다. 환경영향평가 조례안이 부결된 이후 지금까지, 경북도나 경북도의회 모두 조례를 만들 계획이 없다. 그 결과 경북에서는 앞으로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가 맡게 됐다. 경북도가 맡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기대를 걸었던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투자를 막는 규제는 경북의 몇몇 군(郡) 조례에도 있다. 경북지역 4개 군의 조례는 '도로법' 및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의한 도로로부터 높이 50m 이상에 있는 토지는 개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런 규제가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중히 보존해야 할 곳은 이미 다른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소멸이 눈앞의 현실이 돼 있는 군 지역에 행여 있을 수 있는 투자마저 막는 낡은 규제다. 이 때문에 경북 22개 시·군 중 16개 시·군의 조례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2개 군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서울시는 올해 시정 목표를 '규제 철폐'로 내걸었다. 서울은 그냥 있어도 사람과 기업이 몰려드는데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로도 부족하다며 규제 철폐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환경영향평가 면제 확대를 포함한 4개 규제를 철폐했다. 경북보다 산림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작년 6월 시행된 강원도특별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정부로부터 넘겨 받은 뒤, 90여 건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강원 발전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처리했다. 규제에 대한 경북도와 일부 군의 '마인드 리셋(mind reset)'이 절실한 시기다.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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