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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한다면 분명 기회있다"…조병제 전 외교원장 인터뷰

2025-01-20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한다면 분명 기회있다…조병제 전 외교원장 인터뷰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조 전 원장 제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서 품위 있게 한미 간의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APEC 정상회의도 잘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20일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우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영천 출신으로 대구 대륜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15회)해 외교부 대변인과 미얀마·말레이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이후 2017~18년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초빙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외교 전문가다. 특히 지난해 '트럼프의 귀환'이라는 저서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예측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북한 문제는 물론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외교 협상에서 난항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 전 원장에게 국내 외교의 대응에 대해 들었다.

▶트럼프 2기 출범 전에 '트럼프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미국 내의 정치적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2016년에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 내 핵심 지지 그룹은 세계화로 피해를 입은 저학력자 또는 백인 남성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면서 트럼프는 이들의 등에 올라탄 것이다. 이후 중요한 것이 트럼프가 한 '세 가지 약속'인데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과도하게 들어오는 이민, 미국 내 제조업 붕괴,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들은 첫 번째 임기 때 트럼프가 멕시코에 거대 장벽을 세우고 관세를 높이고 불법 이민을 막는 정책 등으로 나름 대로의 답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가 트럼프가 이번에도 유권자들한테 약속한 것이고 2기 행정부를 여는 트럼프도 이 부분을 원할 것이다. 이민은 관련이 없을 것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제조업 재건과 해외 개입 축소 문제는 우리와도 관련이 돼 있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정확하게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트럼프식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조선업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무조건 한국에다가 모든 걸 맡길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내 제조업 재건이라고 하는 나름 대로의 아젠다가 분명히 있는 만큼, 한국과 조선을 협력한다면 이를 연관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보고 미국 측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협력 시에 우리가 해줄 수 없는 분야가 무엇인지, 불가피하게 해줘야 된다면 어느 쪽에서 어느 정도에서 그러면 타협을 해야될까를 정리 해야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문제가 아닐까.
"주한미군의 방위비 인상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지금 현재 10억 달러 남짓 내고 있는 부분을 얼마까지 올려달라는 것인데, 이것도 앞서 말한 '해외 개입 축소'와 연관돼 있다. 다만 한국 방위비에 50억 달러 또는 100억 달러가 들어가는지를 따지는데, 사실 미국같이 잘 사는 나라가 한국한테 10억 달러 받다가 20억 달러 받는 게 뭐 그렇게 큰 대수겠나.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그동안에 지나치게 해외에 나가 돈을 쓰고 다녔던 것을 그만하겠다는 것 아니겠나. 결국에는 한국에서 얼마를 받아내기보다 자신의 등장으로 한국 즉 한반도에다가 평화를 가져다주고 그 대신에 여기 나와 있는 미군들도 적어도 일부나마 줄이고 하는 것을 자랑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한국 자체 핵무장론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미국의 협상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 자체 핵무장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미국의 동의가 없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핵무장론이라는 게 미국 내에서도 얘기가 실제로 나오고 있기는 하다. 때문에 우리는 현 시점에서 미국 내의 이런 동향들도 좀 잘 지켜보면서 진짜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국가적으로 결정을 하게 되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의 핵무기 개발 수준은 정부가 밝힌 것처럼 낙관적이지 않다. 우라늄 농축 재처리 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등 준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우라늄 원료를 전량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들어오는데 이것부터라도 생산하려면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하는 등 시작부터 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최근 한국이 우주 산업에서도 노력을 시작했기에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 역시 진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명확히 한 뒤 미국과 협상에 나섰으면 한다."

▶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 위해 북미 빅딜이나 스몰딜 등 형식에서든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하지 않을까.
"트럼프가 지금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해야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서는 계속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즉 북한이 트럼프가 보기에는 좀 매력적이라고 보는 듯 하다. 무엇인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김정은에 대해서도 좋은 얘기를 자꾸 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가 이제 취임하고 나면 오래 지나지 않아 북한과 접촉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트럼프로서는 가급적이면 2026년 중간선거 이전에 뭔가 만들어내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간에 금년 안에 뭔가 이제 결과를 내려고 그럴 것 같다. 북한 문제도 상반기에 뭔가 접촉이 시작될 거고 그래서 뭔가 만들어내려고 중간선거까지 노력할 것 같다. 다만 이제 북한은 바로 응하지 않고 튕길 가능성이 많다. 하노이 노딜도 북한 입장에서 충격이 클 것이다. 북한이 '핵'을 헌법에도 쓴 상황에서 핵을 폐기하라고 미국이 협상을 한다면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조건을 바꿀 가능성이 꽤 있다. 즉 북한의 북한 핵의 존재를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나설 가능성이 좀 있는 것이다. 과거에 핵 많이 가진 사람하고는 잘 지내는 게 좋다고도 했고 참모들의 발언도 북한 핵을 인정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를 한다면 우리 정부는 소외될 수 있지 않나.
"그런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은 북한은 '통미봉남'이라고 한국을 따돌리고 봉쇄하면서 미국하고 직접 통화하려 하지 않았나. 물론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에 하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항상 있던 과제다. 그걸 피하기 위해 우리가 미국하고도 대화하고 그다음에 북한하고도 또 대화할 수 있어야 된다. 양쪽하고 다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현 정부에선 2~3년 동안의 대북 대화가 완전히 끊어졌지 않나. 그 부분이 우리한테 큰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것을 극복하려면 미국에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한국의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하고 그다음에 우리 중국 관계도 원만하게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관계 개선 노력을 부단하게 해야한다."

▶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미중 경쟁 부분에는 사실 시원한 답이 없다. 패권 경쟁에서는 결국은 그 끝에 누구 하나가 지거나 이기거나 둘 중 하나로 가는 것 아니다. 이들의 경쟁으로 주변 나라들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그걸 피해 나갈 방법은 사실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관계가 계속 그냥 제로섬이다 그렇게만 볼 필요는 또 없다. 이들의 외교에는 협력과 경쟁, 대결 모두 필요하다. 우리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거나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인 스스로가 우리 발에다 족쇄를 채우는 것이기에 각 분야에서 노련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올해 경주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린다. 트럼프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 등 참석 여부는 명확하진 않지만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
"기대해야한다. 현재 정치 스케줄로 보면 어떻게든 대통령이 복귀를 하던가, 새 정부가 들어서던가 6월 전까지는 결정되지 않겠나. 그렇다면 APEC까지는 시간이 꽤 있지 않나. 중요한 것은 선거가 있을까 없을까 또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올까 안 올까를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된다고 믿고 실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중단없이 어떻게 하면 이 행사를 빛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거는 해가면서 중앙정부 협조도 받아 가면서 참석 노력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노력한다면 분명히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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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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