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
을사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신년 인사 덕담을 주고받기가 무색할 정도로 우울하다. 계엄령과 이어진 탄핵정국, 항공기 사고에다 내우외환으로 인한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정국 불안은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아무리 정쟁을 벌이더라도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는 멈춰서는 안 된다. 계엄 사태 이전부터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의 악재에 처해 있던 우리 경제에 뜬금없는 계엄령 사태가 촉발한 정국 불안은 자본유출과 고환율, 소비심리 악화로 경제를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으로 몰고 있다.
그러면, 정치가 망친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무엇보다도 관건은 정치이다. 조금이라도 정국 혼란이 유발한 불확실성을 없애야 경제가 안정될 수가 있다. 우선 여야정 협의체를 빨리 제대로 가동해서 적어도 경제 문제에서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고, 경제시스템이 굳건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예산 조기 집행과 추경 편성 등과 아울러 여야 간 이견이 적은 민생·경제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의 가시화와 경제의 구조적인 개혁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되어야 그나마 정치는 4류라는 소리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늘 위기에 나라를 살린 국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 위기를 유발한 것이 나쁜 정치라면 결국 그런 정치를 만든 것이 바로 우리 국민들임을 자각해야 한다. 혹시 특정 소셜 미디어에 심취하여 다른 의견을 차단하고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듣고 싶은 이야기만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정말 이번에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지 아니면 당리당략으로 자신들만의 권력을 추구하는지 보면서 냉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시 최후의 보루는 기업인들이다. 기업인들은 그동안 나라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특유의 돌파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으며,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으로 극복해 왔다. 이번만은 "그동안 언제 정치가 경제를 도와준 적이 있나"는 기업인들의 볼멘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치권과 국민들도 그 소리에 화답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오일쇼크,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아무리 혹독한 시련이 올지라도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민족 특유의 위기 극복 DNA가 작동하여 '이 또한 지나갈 것'을 믿는다. 이제 모두가 힘을 합쳐 희망을 안고 새롭게 일어서야 할 때이다.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