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302010000134

영남일보TV

[기고] 대구경북 '서점소멸지역'에 책방 차리기

2025-03-04

[기고] 대구경북 서점소멸지역에 책방 차리기

'서점이 사라진 지역'에서 '서점 차리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구 군위군과 경북 청송·봉화·울릉군은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서점소멸지역'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서점이 하나뿐인 '소멸위험지역'은 전국에 25곳으로, 그중 경북이 4곳(고령·성주·영양·의성)이었습니다. (영남일보 2024년 2월29일자 16면 보도)

이 기사를 본 후 우리 회사 동료들은 '서점소멸지역'에 서점을 차릴 수 있도록 도울 길을 찾아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군위·청송·봉화·울릉군에 서점 창업을 돕기로 나선 것입니다. 1년 전의 일입니다. 서점을 차리고 싶은 예비 창업자가 점포를 확정하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실내외 공간디자인부터 도서 공급, 홍보, 마케팅까지 운영 전반을 재능기부로 컨설팅하기로 했습니다. 서점이 문을 연 뒤에는 글쓰기 강좌, 북토크, 출판기념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서점' 운영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도시에서도 많은 서점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독서 모임, 출판기념회, 낭독회 등 책을 매개로 지역민들이 교류하는 중요한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구·경북에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이 4곳이나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조심스레 나섰습니다.

막상 시작해보니 예상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여러 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구했을 때 "책방 할 사람 구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누가 이 시골에서 책방을 차리려고 하겠습니까…"라며 돌아온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지역들에도 커피와 빵을 파는 카페는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에 착안해 우선 공간이 넉넉한 카페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미리 서점 창업제안서를 우편으로 보내고 전화로 설명한 후 방문했습니다. 가장 먼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경북 봉화의 한 수제 음료 카페였습니다. 사실 이곳은 봉화에서 첫 번째 제안을 거절당한 뒤, 제안서를 들고 무작정 찾아간 곳이었습니다. 카페의 깔끔한 분위기만큼 사장님도 남다른 분이었습니다. "책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기보다 봉화에 책방이 없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린다"라며 서점 운영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카페 공간의 한쪽을 활용해 책을 진열하기로 하면서 따로 점포세 부담 없이 작은 책방이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봉화는 예쁜 카페 속 책방이 하나 차려졌습니다. 책이 진열되고 사람들이 책을 펼쳐 드는 모습에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책방 차리기'는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청송과 군위는 여러 차례 이곳저곳을 찾아가 봤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울릉도 출신 지인의 소개로 추진된 울릉은, 운영 중인 문구용품 가게에 책을 들여놓고 서점을 겸하고 싶으나 공간이 너무 좁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청송에서는 창업을 고민 중인 분은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난 1년 동안 '서점소멸지역'에 '서점 차리기'를 돕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서점소멸지역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서점 규모가 작으면 어떤가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가까운 곳에서 골라 사고,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동네마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글을 읽고 서점 창업에 관심이 있는 분은 연락 주세요(053-660-6604). '서점소멸지역'에서 서점을 열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더 반가울 것입니다.

박지예(밝은사람들 실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