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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경기 부양인가, 재정 왜곡인가

2025-03-03

[취재수첩] 경기 부양인가, 재정 왜곡인가
황준오기자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상반기마다 '신속집행'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연말 예산 집중 집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신속집행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성장을 견인하는지, 아니면 단기적 소비 진작에 그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이 정책이 행정 실적 쌓기에 집중된 채,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봉화군을 포함한 경북지역 각 지자체는 올해도 신속집행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조기 투입하고 있다. 지방재정법에 따른 조기 집행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리는 것이 주된 취지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사실상 전무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속집행이 경기 활성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일정 시점에 대규모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은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성급한 집행으로 인해 사업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공공사업 부문에서 신속한 예산 집행이 우선되면서 사전기획이 미흡하거나 부실한 사업이 난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책적 목표와 실무적 현실 간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신속집행의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단순히 '집행률'에 집중된 점도 문제다. 예산 집행이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것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정책 평가가 양적 지표에 치중되면 예산이 실질적인 경제 파급 효과를 창출했는지에 대한 질적 검토가 이뤄지긴 어렵다.

경북을 비롯한 각 지자체가 신속집행을 실효성 있게 운용하려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조기 집행을 하더라도 재정지출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신속집행 예산의 효과성을 분석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성과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사업 선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단기적 소비 진작을 넘어 중장기적인 지역경제 발전 전략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신속집행은 반복될 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신속집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책 수단일 뿐, 지역경제 활성화의 해법이 아니다. 신속한 예산 집행이 단순한 '숫자 맞추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연계할 수 있는 거시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조기 집행이 아니라, 정밀한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준오기자〈사회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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