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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자기모순에 빠진 검찰과 법원

2025-03-13

"위헌 소지" 즉시항고 포기

검찰, 상급심 판단 기회 날려

수사팀 뭉갠 심 총장의 恣意

구속기간 불산입 '시간' 산정

법률·실무례 부합하지 않아

[박규완 칼럼] 자기모순에 빠진 검찰과 법원
박규완 논설위원

모순(矛盾)을 글자 그대로 옮기면 창과 방패다.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음을 뜻하며, 논리학에서는 두 개의 개념이나 명제 사이에 의미와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관계를 말한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는 창"이라 하고, "어떤 창이나 칼도 꿰뚫지 못하는 방패"라고 자랑했다. 한 구경꾼이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라고 묻자, 상인은 아무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한비자 난세편에 나오는 고사(故事)다.

# 검찰의 모순=검찰이 자기부정 논란에 휘말렸다.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다. 검찰은 항고 포기 이유로 형사소송법의 구속집행정지 즉시항고 조항이 2012년 헌재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5년 형소법 개정 때 "구속취소 조항에 적용되는 즉시항고는 위헌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인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도 2015년 6월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랬던 검찰이 위헌 판결을 빌미로 즉시항고를 포기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자가당착이다.

모순 하나 더. 검찰은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하면서 이후 본안 재판에서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 하급심의 판결이 부당하다면 당연히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상식 아닌가. 형사절차상의 쟁점이 중대하고 법리적 논란이 상당한데도 항고를 포기한다? 호박씨 까는 위선이다. 즉시항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보통항고의 기회도 상실했다. 상급심 판단의 여지를 통째 날려버린 셈이다.

수사팀의 반발을 뭉개고 직접 석방을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자의적 선택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심 총장은 앞서 윤 대통령 기소 때도 뜬금없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켰다는 의구심을 샀다. 야당은 "고도의 석방 기획"이라고 공박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세 번씩이나 반려해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것도 '심우정 검찰' 아닌가.

# 법원의 모순=법원도 자기모순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다. 지금까지 법원은 일관되게 구속기간을 '날'로 산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선례와 관행을 깨고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했다. '시간' 산정이 아니었다면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는 기각됐을 개연성이 높다. '윤석열 계산법'이란 냉소적 조어도 등장했다. 형사소송법엔 검사의 구속기간이 '10일'로 정해져 있을 뿐 '240시간'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미 법 조항에 '날'로 산정해야 한다는 함의가 담긴 것이다. '시간' 계산법은 현행 법률과 실무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법불아귀'라 했거늘 일반 잡범이었더라도 '시간' 산정의 새 규범을 적용했을까.

2015년의 9급 검찰수사관 채용 형사소송법 시험 문제 역시 체포적부심 불산입 기간을 '날'로 산정하는 게 정답이었다. 이제 공무원 시험 정답까지 오답 처리해야 할 지경이다. 윤 대통령처럼 구속기간을 도과해 기소된 형사피고인들에게 구속취소를 소급 적용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법원의 물색없는 결정은 구속기간 산정 기준이 '날'이냐 '시간'이냐는 난삽한 숙제를 법조계에 던졌다. 법원과 검찰의 모순을 잉태한 선택의 후과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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