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30개월 이상도 수입해야"
美 축산업계 트럼프에 요구
한우 주산지 경북농가 반발
"경영난 넘어 생존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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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수입 허가를 트럼프 정부에 요청하면서 전국 최대 한우 주산지인 경북 축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2일 오후 대구 군위군 한우농가에서 주인이 소들에게 옥수수 곡물 사료를 주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최대 한우 주산지인 경북 축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에서 미국산 소고기의 30개월 연령 제한이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요구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연령제한 해제를 촉구했다. 협회는 중국·일본·대만 등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해 기존 '30개월령 제한'을 철폐한 만큼 한국도 이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08년 미국과의 협상 끝에 30개월 미만 소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했다. 광우병 우려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가 장기간 협상 끝에 합의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미국산 소고기는 이후 국내 시장을 단계적으로 점령해 나갔고, 급기야 지난해 국내 수입량 46만1천27t 중 절반(22만1천629t)까지 차지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월령 제한이 폐지되면 국내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전국한우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은 절대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전국 한우농가는 이미 4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며 한계점에 도달했고, 최근 2년간 전체 농가의 12%가 폐업한 상황에서 개월령 제한마저 해제되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최대 한우 사육지인 경북이 최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의 한우 사육 두수는 72만7천757두로 전국(334만두)의 21.8%를 차지했다. 경북 한우 사육 농가는 지금도 한우 가격 하락, 육류소비 감소, 사료비 상승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정부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장성대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지금도 한 마리 출하할 때마다 약 100만원의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수입 소고기로 눈을 돌리고 있어 국내 한우농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경북도는 한우 사육 두수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한우농가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사료 지원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사료 제조비(205억원), 도축수수료(40억원), 사료구매자금 이자(29억원), 비육용 암소 육성(16억원) 등 총 290억원 규모의 한우농가 지원 예산을 책정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로 풀릴 경우 경북도 차원의 대책은 물론, 중앙 정부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