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품과 경쟁, 부담 커져…고부가 제품 개발 등 역량 집중
수출량 제한 사라져 기회 활용…美 현지 생산시설 확대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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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선 모습.<포스코 제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한국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적용받았던 연간 263만 t의 면세 쿼터를 폐기하고,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일괄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철강 주요 수입국 중 한국은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29억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당장에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업계에서는 관세 장벽으로 인해 미국 내 철강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입지가 줄어들 위험도 존재할 것으로 관측한다. US스틸 등 미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한국산 제품의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철강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모든 경쟁국에 동일한 관세를 적용했기 때문에 한국이 특별히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기존의 면세 쿼터가 폐지되면서 수출량 제한이 사라져 한국 철강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 내 철강업체들이 생산하지 않는 특수 제품군에서 한국산 철강의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항지역 철강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서 들여오던 철강 제품 공급이 줄어들면 미국 내 철강 가격은 오히려 상승 될 수 있다"며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생산하는 특수 제품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한국 철강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강판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도 미국 내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 철강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향후 미국의 정책 변화와 글로벌 무역환경을 면밀히 분석하며, 철강업계가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로서는 한국 철강업계가 신속한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측은 12일부터 시행된 미국 철강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정 명령(쿼터폐지)으로 인해 향후 대미 철강 수출에 있어 엄중한 상황이 조성됐다"면서 "정부와 철강협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자체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도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쿼터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미국 철강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품목별로 수출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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