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 유물은 대구박물관으로
유산청 대응 매뉴얼 따라 이송
대형화재 현장대응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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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에서 산불 확산에 대비한 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병산서원 내 주요 건물 현판은 세계유교박물관으로 옮겼다. <국가유산청 제공> |
국가유산청은 지난 25일 오후 5시30분을 기준으로 전국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이 경보가 심각 수준까지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산청 측은 "의성군, 안동시 등 대형 산불과 전국에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산불 탓에 국가유산 화재 피해 우려가 매우 높다"고 했다.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산불 피해가 커지는 만큼 그에 비례해 늘고 있다. 유산청에 따르면 27일 오후 5시 기준 경북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총 23건이다. 경북에선 의성 고운사 연수전·가운루·관덕동 석조보살좌상 등이 전소됐고, 청송 만세루·사남고택도 모두 탔다. 안동에선 만휴정 원림과 측백나무숲이 일부 소실됐다.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도 피해를 입었다.
현재 유산청은 재난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올 1월 기존 매뉴얼을 통합·개정해 현장 여건에 맞춘 행동요령이 담긴 표준안을 만들어 각 시·도 및 시·군·구, 사용자(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하달했다.
이 매뉴얼에 따라 경북에선 주요 유물 이송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주요 사찰·종가 소장유물 소산을 실시해 현재까지 23건·1천566점을 이동시켰다. 특히 병산서원 내 주요 건물 현판은 세계유교박물관으로 옮겼다. 봉정사 주요 유물은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팔공산 동화사도 산불대응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 영남일보가 입수한 동화사 매뉴얼을 살펴보면, 국가유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체계가 구축돼 있다. 동화사를 중심으로 국가유산청, 대구시, 동구청, 대구소방본부, 동부소방서, 동부경찰서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매뉴얼에는 동화사 소유 보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등 23개 동산 국가유산에 대한 이동장소 및 보호방법도 명시돼 있다. 1차적으로 금당선원 아래 주차장, 상황 악화 시엔 국립대구박물관으로 동산 국가유산들을 옮기도록 한다.
동화사 측은 "매뉴얼에 기반해 매년 유관기관과 재난 대비 합동훈련을 실시한다"며 "이번 산불로 문화재 피해가 커지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이번 산불사태 이후 한 유명 사찰에 확인해보니 '매뉴얼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매뉴얼이 있어도, 구성원 일부만 아는 매뉴얼은 실상황에 이행될 수 없다"며 "특히 현재 매뉴얼은 단순 화재 발생 상황에만 집중돼 있다. 지금처럼 대형 산불이 덮칠 때를 대비한 방어선 구축 방안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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