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가구 남은 산골마을에 실현된 전기공급의 기적
철도 예비전력 활용한 협력 사례…행정의 가치 재조명
봉화군 전역 전기 공급 완료…마지막 '에너지 사각지대' 해소

경북 봉화군 소천면 각금마을의 한 가정집 전경. 집 왼편에 있는 소형 태양광 패널은 그간 의존해온 유일한 전력원이었다. <봉화군 제공>

각금마을 주민이 사용해온 전통 아궁이. <봉화군 제공>
“이제 세탁기를 마음 놓고 돌릴 수 있다니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은 전등 하나, 휴대폰 하나조차 아껴 써야 했지요."
경북 봉화군 소천면 각금마을 주민들이 지난 3월 25일, 마침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받게 됐다. 단 3가구, 3명만 남은 외딴 산골에 들어온 전기는 오랫동안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일상이 비로소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각금마을은 한때 70여명이 오순도순 살던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의 외딴 마을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영동선 철도 개설로 마을 진입로가 끊기면서 생활기반이 붕괴됐고, 고령화까지 겹치며 지금은 단 3가구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도로와 수도, 도시가스는 물론 전기조차 닿지 않는 곳이었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가정용 태양광 패널에 의지해 살아왔다. 낮 동안 충전한 전력으로 전등을 켜고 휴대폰을 간신히 충전하는 수준이었으며,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고용량 전기제품은 엄두조차 못 냈다.
“큰 냉장고는 감당이 안 돼 여름이면 음식이 쉽게 상했고, 겨울엔 냇가에 음식을 보관하며 버텼어요." 한 주민의 말은 이곳의 지난 삶을 짐작케 했다.
주민들은 2023년 국민청원을 올리고, 이듬해 국민권익위원회에 태양광 설치를 건의했지만 마을로 통하는 길이 없어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에도 봉화군과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실질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봉화군과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들이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돌파구가 열렸다. 영동선 분천~승부 구간 낙석 감시초소에 확보된 예비전력 7KW 중 3KW를 분전함을 통해 각금마을에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기는 들어왔지만, 그 양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반겼다. “세탁기를 처음 돌려봤다. 이제야 비로소 사람답게 산다는 기분이 든다"며 “밥솥, 냉장고, 충전기까지 동시에 써도 되니까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각금마을에는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주민들은 생필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잊힌 줄만 알았던 우리를 기억해준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각금은 봉화군 관내에서 마지막으로 전기 공급이 되지 않았던 '전기 미공급 지역'이었다. 이번 공급으로 봉화 전역의 모든 마을이 전기를 공급받게 됐다.
이제 봉화군 내에는 공식적으로 전기 미공급 마을은 없다. 다만 일부 오지 마을은 여전히 통신이나 도로 인프라 미비로 불편을 겪고 있다. 봉화군은 이 같은 지역들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권민기 새마을경제과장은 “각금마을의 전기 공급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생존권 보장의 의미"라며 “앞으로도 도서벽지와 에너지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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