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직후 중부경찰서에 DNA 등록하고
입양 전 머물렀던 성화원 흔적 살펴
사연 접한 독자는 집밥대접 하기도
지상파방송서도 문의…19일까지 체류

56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된 인정혜씨가 지난 4일 대구를 찾아 자신의 기사가 실린 영남일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조현희기자

지난 4일 대구 중부경찰서를 찾은 인정혜씨가 DNA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경북 달성군(현 대구 달성군)에 있던 보육시설 '성화원' 부지를 찾은 인정혜씨. 조현희기자

대구의 한 가정에 초대받은 인정혜씨가 한국식 집밥을 먹으며 독자와 대화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1969년 6월27일 대구 성화원 입소 당시의 인정혜씨. 인씨는 그해 12월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인정혜씨 제공>
“제가 여기서 자랐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대구에 오니 그런 상상을 하게 돼요.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제 이웃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더 마음이 뭉클해져요."
56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된 인정혜씨(영남일보 2025년 3월28일 자 1·12면 보도)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지난 4일 대구를 찾았다. 사실상 인씨가 대구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차를 타고 잠시 지나쳤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4일부터 6일까지 2박3일간 머물며 취재진과 동행했다.
인씨는 이날 동대구역에 도착한 직후 바로 대구 중부경찰서를 찾아가 DNA를 등록했다. 그는 “혹시라도 친부모님이 저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록하게 됐다"며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다"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DNA는 헤어진 가족을 찾는 데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만약 친부모 측에서 국내 데이터베이스에 DNA를 등록한 상태라면, 빠를 경우 1개월 내에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다음 날인 5일엔 입양되기 전 잠시 머물렀던 보육시설의 흔적을 살폈다. 인씨의 홀트 입양 서류에 따르면 그녀가 맡겨진 보육시설 '성화원'은 대구 동구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오래 전 문을 닫아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인씨의 기사가 나간 후 경북 달성군(현 대구 달성군)에도 같은 이름의 보육시설이 존재했던 사실이 제보를 통해 확인됐다. 관계자들의 정보와 부지의 구체적인 위치 등의 정보도 입수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씨와 달성군 성화원이 있던 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 건물이 들어서 옛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날 그녀는 주변을 계속 둘러봤다. 취재진에게 당시 인근 거리의 사진을 찾을 수 있냐고 묻는 등 자신이 머물렀을지도 모를 공간을 상상하곤 했다.
대구의 한 가정에서 따뜻한 집밥을 대접 받기도 했다. 인씨의 사연이 보도된 직후 한 독자가 영남일보에 연락을 해왔다. “정혜씨의 이야기가 너무 안타깝다. 그가 한국에 온 김에 특별한 집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감사하다며 기꺼이 승낙했다. 인씨는 “음식의 정성과 맛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따뜻함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영남일보 보도 후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인씨의 사연을 취재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SNS에 영남일보 보도 내용이 공유되기도 하고, “친부모님을 반드시 찾으면 좋겠다"는 독자들의 반응도 줄을 이었다. 인씨는 오는 19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서울에 있으면서 친부모와 관련된 다른 단서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대구에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정혜씨는 1969년 1월14일(추정) 태어나 그해 6월27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보육시설 '성화원'에 맡겨졌다. 같은 해 12월15일 노르웨이 가정에 입양됐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