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산불 조사 수행 특수법인에 조사 의뢰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경북지회 현장조사
“주변보다 더 깊게, 오래 탄 흔적 담뱃불 유추"
“당초 알려진 급경사지는 발화지점 아냐"

소방당국 등이 지난달 31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는 모습 . 남구청 제공
지난달말 대구 앞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담배 불씨로 인한 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민간 전문가의 조사 결과(추정)가 나왔다.지난 19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경북지회가 현장조사 후 잠정 도출된 내용이다. 향후 경찰 등 수사당국의 조사내용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21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최근 남구청은 산불 방화 정황을 제기하며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동시에 대구시에 산불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구시가 산불 조사를 수행하는 특수법인(국가 정책과 공공 이익을 위한 설립 단체)인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에 현장 조사를 위탁했다. 조사를 맡은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는 산림보호법 제35조의2 규정에 의해 2015년 설립됐다.
협회 측은 불길이 번진 흔적과 연소 상태, 지형 형태 등을 유추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협회 측은 “담배를 그냥 땅에 비비거나 털기만 해도 작은 불씨가 낙엽층 사이에 남아 있다가 나중에 불이 붙는다. 대기상태나 기온 등에 따라 2분 뒤부터 몇 시간, 심하면 하루 뒤에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담배 불씨는 천천히 타들어 가며 세력을 키우는 편"이라며 “화재가 발생한 곳 주변에 낙엽이나 마른 풀 등이 주변보다 더 깊게, 오래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걸 근거로 담뱃불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 물론 담배꽁초 자체는 타버렸기 때문에 정황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말하는 건 추정이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발화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초 알려졌던 급경사지가 아닌, 주 등산로에서 약 50m 떨어진 곳이라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이번 산불 피해 규모는 0.09㏊(산림)로 산출했다.
협회 측은 “불이 번진 흔적을 따라 발화 지점을 추적하는데,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는 훈소(천천히 타들어가는 현상) 과정이 길어 연소 상태를 통해 발화 지점을 유추할 수 있다"며 “급경사지는 불이 번진 곳일 뿐, 실제 발화 지점은 아니었다. 화재 당일 급경사지 인근에서 사람의 흔적이 발견돼 초기 판단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1㏊ 미만의 피해는 '약식 보고' 대상에 해당한다. 이번 주 중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담은 보고서를 대구시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 등 수사당국은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와 별도로 산불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CCTV 영상 등을 통해 화재 현장 일대를 조사 중이며, 조만간 산불 진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와 별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직은 방화 의심 인물이나 발화 단서 등 각종 산불 요인을 정확히 특정하기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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