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고려 '위양지' 축조 추정
효자 권삼변 후손 정자 '완재정' 지어
저수지 주변 산책길 오래된 수목 가득
가산리 '밀양아리나' 공연·강연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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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지와 완재정. 위양지의 이팝나무 꽃은 밀양 8경 중 하나이며 완재정의 이팝나무는 '영원한 사랑나무'다. 이팝나무의 개화 시기는 5월 초 중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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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지에는 8개의 사랑나무가 있단다. 위양지 서편에서 완재정을 바라보는 한 쌍의 소나무는 '천생연분 나무'다. 태어남과 동시에 한 몸을 이루어 평생을 다정하게 살아간다. |
위양지 이팝나무 꽃은 밀양 8경중 하나다. 개화 시기는 5월 초 중순, 개화기간은 20일 정도다. 그러니 오늘 위양지에는 기대했으나 실망하지 않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두 척의 수초 제거선이 탈탈탈 소리를 내며 위양지 수면을 닦는다. 배 지나간 자리마다 반짝반짝하다. 위양(位良)이란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축조 연대는 정확하지 않지만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 사이로 여겨진다. 이후 임진왜란으로 무너진 것을 인조 12년인 1634년에 밀양부사 이유달(李惟達)이 다시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옛날에는 주위가 4~5리에 이르는 큰 저수지로 수많은 전답에 물을 대었다고 한다. 더불어 물 가운데에 다섯 개의 섬을 만들고 제방에는 나무와 꽃을 심어 은자(隱者)들이 소요하는 곳이었다고도 한다. 위양지에 이팝나무를 심은 것도 '위양'의 한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이팝나무는 풍년을 점치는 나무였다.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면 풍년이었다. 물을 좋아하는 이팝나무는 수분이 부족하면 꽃을 활짝 피우지 못하는데, 그 시기가 모내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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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재정 남쪽의 협문은 위양지 최고의 포토 스팟이다. 담장 밖 이팝나무가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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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지를 에두르는 산책길에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왕버들과 밤나무 등 오래된 수목으로 가득하고 물가 기슭마다 완재정을 완상하는 벤치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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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연꽃단지. 지금 시퍼렇게 자라난 것들은 창포다. 식물터널과 댑싸리밭, 정자들이 있고 데크 산책길이 아리나와 가산리 마을과 연밭을 연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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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아리나 성벽극장의 무대. 객석에서 바라보면 실내 세트처럼 보인다. 2층에는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
위양리의 남쪽 가산리에 '밀양 아리나'가 자리한다. 다양한 공연과 콘서트, 강연, 수업 등이 이루어지는 밀양의 예술 극장이다. 밀양 아리나에 들어서면 먼저 가장 작은 트리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모든 아이들과, 한때 아이였던 모든 어른들의 꿈의 집 아닌가. 곁에 있는 작은 집은 '달뫼 작은 도서관'이다. 아이와 부모가 편안하게 책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2천300여 권의 도서가 구비되어 있다. 창가에 한 남자가 조각상처럼 우뚝 서 있어서 조금 놀랐다. 가장 중심에 가장 크게 자리한 것은 성벽 극장이다. 밀양 아리나를 대표하는 커다란 야외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이 콜로세움처럼 원형을 이룬다.
성벽극장 객석의 배면은 물빛극장이다.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이 상시 진행되며 전시 체험 행사도 진행되는 곳이다. 무대를 감싸고 있는 수조에 오늘 물이 말랐다. 성벽극장 무대 뒤편에는 소규모의 스튜디오 극장 2개와 공용 식당 건물이 자리한다. 성벽극장 서편의 '꿈꾸는 예술터'는 '꿈꾸는 극장'과 '꿈 공작소'로 이루어져 있다. 경험과 교육과 발표 등의 공간이다.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영화를 무료 상영한다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매주 화, 수요일 주간에는 어린이 단체관람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는 청소년 이상 입장 가능한 다양한 장르와 주제별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팝콘도 공짜란다. 꿈꾸는 예술터 건물 뒤편으로는 밀양 연꽃단지가 펼쳐져 있다. 홍련, 백련, 수련이 자란다는데 아직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시퍼렇게 자라난 것들은 창포다. 식물터널과 댑싸리밭, 정자들이 있고 데크 산책길이 아리나와 가산리 마을과 연밭을 연결한다.
성벽극장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무대 2층 테라스에 낡아 보이는 수건들이 정갈하게 널려 있고, 몇 개의 벽을 통과하느라 일그러진 것이 분명한 멜로디가 어딘가에서 낮게 들려온다. 이곳은 원래 월산초등학교였다. 그리고 1999년부터는 전국의 젊은 연극인들이 함께 꿈을 키우던 '밀양 연극촌'이었다. 연극 창작과 향유의 산실로 명성을 얻었던 밀양 연극촌은 2018년 전국을 뒤흔든 미투 사건으로 완전히 와해되었다. 이후 밀양시는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 공모를 거쳐 2020년 5월 '밀양아리나'로 이름을 바꿨다. '아리나(Arina)'는 아리랑과 원형 무대를 뜻하는 아레나(Arena)의 합성어다. 현재는 밀양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고 있고 극단 메들리가 상주하고 있다. 객석에서 일어나 무대의 가장자리를 소심하게 가로질러 조용한 아리나의 온갖 공간과 통로를 누빈다. 꿈꾸기 좋은 곳이다. 굵고 멋지게 자라난 플라타너스의 가슴에 뜨개질한 꽃들과 조각들이 당산나무의 금줄처럼 감겨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로 나가 시청방향 24번국도 밀양대로를 타고 간다. 시청 지나 신촌오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 춘화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4㎞정도 가면 위양지 입구다. 주차장이 있지만 이팝나무 꽃 시절에는 주차난을 예상해야 한다. 춘화삼거리에서 1.5㎞ 정도 직진하다 연극촌앞밀양식당 옆길로 들어가면 밀양 아리나 입구다. 입구에서 왼쪽 골목으로 나가면 가산리 연밭이 펼쳐진다. 밀양아리나 정문 앞에 주차장이 있다. 밀양 아리나에서 가산저수지와 퇴로리고가촌, 위양지를 거처 원점 회귀하는 약 7.5㎞의 둘레길이 있다. 가산저수지에서 퇴로리에 이르는 길이 이팝나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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