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구 함지산 산불 대피소
대피소 활용 동변중 주변 쉴새없는 헬기소리
주민 삼삼오오 모여 불길 잡히기만 오매불망
29일 대구 북구 동변중학교 강당에 전날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대피해 온 조야동, 서변동 등 주민들을 위한 텐트가 설치돼 있다. 조윤화 기자
"도대체 함지산에서 왜, 어떻게 불이 났는지 모르겠다. 집까지 불이 번질까 봐 걱정돼 밤새 잠 한숨 못 잤다."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산불이 발생한지 이틀째인 29일 오전 7시, 주민 대피소로 활용된 동변중학교 주변에선 산불 현장으로 향하는 헬기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 퍼졌다. 이 곳에 모인 주민들은 오전부터 창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불길이 잡히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전날 초등학생 두 딸과 급히 동변중에 마련된 강당 대피소로 이동한 안세영(여·38)씨는 "지난 28일 오후 7시쯤 이곳으로 왔는데, 그땐 텐트 설치가 아직 안 돼 있어서 한 시간 정도 대기하다가 대피소로 들어왔다"며 "연기 때문에 혹시라도 안 좋을까 봐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도록 신신당부를 했는데, 자면서도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 밤을 지새우며 아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잠을 잤다"고 말했다.
대피소가 마련된 동변중학교에서 하룻밤을 지샌 주민들이 창밖을 바라보며 산불 상황을 살피고 있다. 조윤화 기자
오전 7시30분이 되자 대한적십자사 북구지회가 준비한 아침배식이 시작됐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배식 장소로 향했다. 대피소에는 대한적십자사 북구지회를 비롯해 새마을부녀회·대구행복나눔봉사단 ·무태자율방범대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줬다.
채부황(62) 북구 새마을부녀회 이사는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니만큼 더 마음이 쓰인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은 대피소에서 지내기가 더 힘들다. 급식을 대신 받아다 드리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산불을 피해 동변중으로 대피한 동변·서변·구암동 주민들은 모두 110여명. 오전부터 산불 진화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몇몇 주민은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9살, 5살인 아들과 함께 대피한 공주(34·여·필리핀)씨는 "대구에 자리를 잡은 지 7년째인데 재난으로 대피한 적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겼는데, 휴대용 카트와 큰 짐가방 하나를 가득 채웠다"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불이 진화되는 속도도 빠른 것 같고, 오후에 약속이 있어 집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8시쯤 동변중학교 대피소에서 밤을 지샌 주민들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조윤화 기자
동변중학교 대피소에는 전날부터 대구시 공무원 3명, 북구청 공무원 5명이 자리를 지켰다. 대구시 재난안전실 직원은 "전날 밤에는 불이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으로 가겠다는 주민분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대피소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드렸다. 하지만 오늘 아침부터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분들을 막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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