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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없어서 못산다 '불교 굿즈' (2) "불교는 힙한 종교" 하나의 문화로 각광

2025-05-02 14:27

‘극락도 락이다’ ‘중생아 사랑해’… 상품에 불교문화 트렌디하게 담아내

부처의 ‘무소유’ 대신 굿즈 ‘풀소유’ 현상…박람회 끝나도 구매 열풍 이어져

종교의 벽 허물었다는 호평과 함께 일각선 상업화 치중 아쉽단 목소리도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없어서 못산다 불교 굿즈 (2) 불교는 힙한 종교 하나의 문화로 각광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바반투' 부스에서 선보인 불자 모자. 〈바반투 제공〉

“무소유 대신 '풀소유' 하고 왔어요."

한때 다소 엄숙하게 여겨졌던 불교.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힙한 종교로 통하고 있다. 자유롭고 위트있는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된 불교 문화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이 흐름에 맞춰 '불교 굿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처 이미지나 불교 교리를 현대적인 디자인과 메시지로 풀어낸 티셔츠, 키링, 스티커 등이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없어서 못산다 불교 굿즈 (2) 불교는 힙한 종교 하나의 문화로 각광

'나사랑클럽' 부스에서 선보인 불교 관련 스티커.<나사랑클럽 SNS>

지난달 3일부터 6일까지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C홀은 인파로 가득했다. 개막 전 사전등록자가 4만명을 넘겨 조기 마감됐다. 행사 당일에는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방문객은 입장도 못해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람회는 젊은 세대로 붐볐다. 전통 종교 행사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올해는 '너의 깨달음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업사이클링, 차, 수행의식, 의류, 공예, 식품 등 총 481개 부스로 구성됐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불교 개념을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풀어내 불자가 아니어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곳은 불교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들이었다. 각 부스마다 구매 행렬이 잇따랐다. '힙스터 부처님' 부스의 부처님 티셔츠는 개장 직후 품절됐다. 이 상품은 서핑하는 부처가 그려진 티셔츠로 힙한 감성을 자아냈다. 부스 한쪽엔 풍선껌을 불고 있는 부처 등신대가 놓여 있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없어서 못산다 불교 굿즈 (2) 불교는 힙한 종교 하나의 문화로 각광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이 불교 굿즈를 구경하고 있다.<독자 제공>

다른 부스들도 '극락도 락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나 합장하는 모양의 손톱깎이, '번뇌가 닦이는 수건'이라는 문장이 박힌 수건, 불상이 그려진 키링, '중생아 사랑해' 문구의 하트 모양 쿠션 등 불교의 교리와 문화를 각종 상품에 트렌디하게 담아냈다.

SNS엔 첫날부터 굿즈 구매 인증샷과 함께 “무소유 대신 '풀소유' 하고 왔어요"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 전부터 번뇌가 쌓였다" 등의 유쾌한 후기가 잇따랐다. 이런 후기들이 퍼지며 날이 지날수록 박람회 방문객은 더욱 늘어났다. 마지막 날엔 대기줄이 길어져 일부 부스는 입장을 조기 마감했다. 연이은 품절로 사고 싶었던 물건을 못 샀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 같은 인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의외성이다. 불교라는 전통적이고 다소 엄숙할 수 있는 소재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서핑하는 부처, 풍선껌을 부는 부처 등 기존 불교 이미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의외의 표현들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정조준했다.

박람회에 방문한 20대 A씨는 “갔다가 물욕 폭발하고 왔다. 불자가 아닌데 세련된 굿즈가 많아 구경하기 즐거웠다. 종교 행사가 이렇게 힙하고 재미있을지 몰랐다"며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예쁜 굿즈는 이미 오전에 품절돼 내년엔 아침 일찍 방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위트도 인기 요인. 불교 특유의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극락도 락이다'처럼 재치를 더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친밀한 모습으로 종교에 대한 거리감을 허물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만든 것. 불교박람회를 총괄한 장영섭 불교신문 부장은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기 이전에 인류가 만든 최고의 지혜"라며 “관람객들이 딱딱한 책 읽듯이 불교를 접하기보다 와서 '불교 놀이' 한번 재밌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람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박람회 방문객이 주로 신도였지만 작년부터 입소문이 퍼져 20~30대 방문객이 많아졌다"며 “박람회 구성도 방문객 연령 변화에 맞춰서 다채롭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없어서 못산다 불교 굿즈 (2) 불교는 힙한 종교 하나의 문화로 각광

'중생아 사랑해' 하트 쿠션.<독자 제공>

다만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문객 B씨는 “불교박람회는 여전히 힙하고 재밌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상업화가 많이 진행된 느낌"이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올해 박람회는 굿즈 부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고, 스님들이 직접 참여해 수행 체험을 이끌던 부스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굿즈의 가격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또 다른 방문객 C씨는 “불교를 테마로 한 박람회인데, 굿즈 판매에 너무 치중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아크릴 키링(열쇠고리) 하나에 1만2천원은 조금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교 굿즈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박람회 기간이 끝난 후에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와 상품 판매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현장의 뜨거운 열기는 끝났지만, 불교 굿즈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박람회 때 '힙스터 부처님' 부스를 선보인 판매업체 '온리모먼트'는 지난 9일 온라인 판매를 진행했는데, 약 30개 품목이 3일 만에 완판됐다. 온리모먼트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염주와 스티커도 새롭게 제작 중"이라며 “일상에 어울리는 귀여운 불교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불교는 지난해 SNS를 통해 이색 체험과 불교 특유의 포용적 메시지가 널리 알려지면서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5%가 '최근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불교가 떠오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20대(66.8%)와 30대(70.4%)에서 이를 뚜렷하게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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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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