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생성형AI의 모방 논란 확산
기술혁신에 따른 예술 개념
저작권의 범위 재정립 절실
지자체 서비스센터 복원 등
본질적 저작권 지원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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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
유네스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은 그 중요성에 견줘 주목을 덜 받아왔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도 저작권을 강조하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반향이 크지 않았다. 그러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오픈AI가 '챗GPT-4o 이미지 제네레이션'을 출시하면서 '논쟁의 핵'으로 부상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올린 사진을 지브리나 디즈니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타일로 바꿔주는 것이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는 열풍이 불면서 저작권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 같은 스타일 모방이 저작권 침해인가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선 도안이나 스타일을 아이디어 영역으로 간주한다. 스타일 모방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저작권으로 인정하면 창작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오픈AI도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을 복제했지만 개별 작가·작품을 복제하지 않았기에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견도 있다. 챗GPT가 이미지를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려면 지브리 작품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픈AI가 지브리와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고 AI를 훈련·학습하면서 지브리 스타일을 무단으로 활용했기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저작권을 가진 작품으로 AI 모델을 훈련하는 게 위법인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미국 작가 단체는 오픈AI가 자신들의 저작을 무단으로 사용, AI 모델을 학습시켰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AI 시대에 걸맞게 저작권법을 손질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우리도 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생성형AI의 빠른 발전은 예술과 저작권 개념에 지속적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에 따른 예술의 개념, 저작권의 범위 등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본적인 저작권에 대한 인식 확산도 필요하다. 저작권은 콘텐츠산업과 국제경쟁력 강화의 한 축으로 큰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북도는 2018년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경북저작권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전문가들을 초청해 6년 동안 시·군을 누비며 저작권 개념과 보호 방안 등을 설명했다. 매년 이 강의를 통해 500∼600명의 콘텐츠 창작자와 기업대표들은 저작권의 가치를 이해하게 됐고 더 이상 개발한 콘텐츠가 무단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호응했다.
안타깝게도 이 사업은 2024년부터 일몰됐다. 저작권위원회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였다. 예산 삭감으로 사업이 폐지됐다는 시각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제 광역단체 저작권서비스센터 복원을 고려할 때다. 지역 창작자와 기업에 저작권 환경이 급변하는 AI시대를 꿰뚫는 본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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