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운영 중단…민간위탁 유찰 후 공공전환
“에어컨 쐴 곳 없어 차 안에 머무른다” 택시기사 민원 잇따라

9일 방문한 대구 동구 망우당공원 택시쉼터 전경. 박영민 기자.

망우당공원 택시쉼터 입구에 붙은 일시 중단 안내문. 박영민 기자.

망우당공원 택시쉼터 야외테이블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독자 제공.
9일 오후 대구 동구 망우당공원 인근에 있는 택시쉼터. 쉼터 입구엔 '택시쉼터 일시 중단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인근 주차공간엔 33℃ 넘는 무더위 속에서 택시 기사들이 차량 시동을 켜 놓은 채 걸레질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택시기사 A씨는 "너무 더워서 차 시동도 끄지 못하고 청소를 하고 있다. 폭염을 피할 곳이 없다. 이럴 때 잠깐 에어컨 바람이라도 쐴 수 있는 곳이 택시쉼터인데, 그마저 운영이 중단돼 그냥 차 안에서 쉴 수밖에 없다"며 "저를 포함한 택시 기사들이 계속 운영 재개를 위해 민원을 넣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망우당공원 택시쉼터가 두 달 가까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내부 시설 이용이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외부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이 고스란히 방치돼 관리 부실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쉼터 외부에 마련된 야외테이블 주변엔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공용 공간 곳곳에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흔적이 선명했다.
망우당공원 택시쉼터는 2015년 조성됐다. 그간 버스와 택시 운전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쉼터'로 운영돼 왔다. 넓은 주차공간을 비롯해 식당·카페·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전국적으로도 운전기사 복지의 모범사례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택시 기사들은 주차공간만 겨우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에 확인결과, 쉼터 운영이 중단된 것은 위탁운영 주체 변경과 연관이 있었다. 기존 민간위탁 방식에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맡는 공공 위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민간수탁자 모집 공고가 두 차례 유찰되면서 기존 운영 방식으론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구시는 택시 기사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리체제 전환을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르면 8월 초 시설 관리 인력 배치 등을 통해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매점과 같은 내부 시설의 경우, 공단 측이 별도로 운영기관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운영 재개가 더 늦춰질 가능성은 있다.
대구시 측은 "망우당공원 쉼터 등 택시 쉼터 10곳 전체를 공공위탁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며 "운영주체 전환 과정에서 불편을 드린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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