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함께맘' 대표가 개소를 앞둔 대명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갈 곳이 없으니, 결국 엄마들이 돈을 모아 센터를 만들었어요. 아직 우리 사회는 그 문턱이 너무 높아요."
전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함께맘' 대표(67)는 지난 20년간 중증중복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절박함을 온몸으로 견뎌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주간활동지원센터인 대명점의 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그 절박함이 공간이 됐다. 대구 남구 대명동 약 238㎡ 규모의 공간에 13명의 엄마가 각자 1천만 원을 들고 모였다.
센터는 하루 8~9시간, 최대 월 172시간 이용할 수 있다. 선생님들은 아이의 손을 붙잡아 식사를 돕고, 침을 닦고, 패드를 간다. 자폐와 뇌전증을 함께 앓는 아이들도 많아 시끄러운 소리에도 발작을 일으킨다. 다른 장애인들과 공간을 함께 쓰는 것도 어렵다.
"배변 사고 한 번 나면 선생님 4~5명이 붙어요. 바닥, 옷, 신발, 몸 씻기까지 역할을 나눠서 움직여야 해요. 한 명이 다 하라고 하면 못 해요. 함께하면, 냄새가 5분의1로 줄어드는 기분이에요. 우린 그걸 '똥 연대'라고 불러요."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돌봄. 그래서 이 센터의 선생님은 직장인이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며, 수익은 없고, 책임은 많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겠다고 모인 교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오늘도 영혼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센터 안에서는 요리, 노래, 체조, 재활운동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지역사회 활동도 함께 이뤄진다.
"노래 한 소절도 못 부르던 아이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 때, 선생님들이 눈물 흘려요. 템버린 흔들고, 자기 이름 쓰고, 그림 그리면서 표현을 배워요. 아이의 변화가 선생님들의 행복이죠."
교사들 간의 관계도 특별하다. 함께 배변을 치우고, 휠체어를 들고, 감정을 나누면서 이들은 하나의 팀이 된다. "서로 보고 싶어서 출근하는 선생님들이에요. 동료가 좋아서 오는 거예요."
전 대표는 "이번 대명센터가 엄마들이 마지막으로 만드는 센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주간센터 설립이 더 이상 부모들의 손에만 맡겨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대명센터는 오는 11일 개소식을 한다. 오랜 시간 함께 싸우며 버텨온 엄마들의 눈빛에는 피곤보다 단단한 연대가 있을 것이다.
글·사진=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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