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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속에 천불나게 하는 檢 행보

2025-07-10
최수경 사회에디터

최수경 사회에디터


그냥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베일 듯 서슬퍼렇던 칼날이 무뎌졌다. 이젠 순두부 자르기도 버거울 정도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찰 양태가 그렇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조직 해체'라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제대로 반발 한번 못한다. 특검정국으로 접어들자 더 왜소해졌다. 하늘을 찌르던 위세는 온데간데 없고 겨우 명줄만 붙어 있다. 2013년 4월 23일 대검 중수부가 현판을 내리고 32년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달 30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는 속전속결로 수리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 만이다. 임기(2년)를 절반도 못 채웠다.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말을 들어도 싸다. 시한부 후배 검사들은 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상병 특검에 불려가 악전고투하고 있다. 스스로 방패막이 역할을 포기한 검찰총수의 처신은 임기 3년을 마치고 싶다며 현 정부와 맞서고 있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큰 대조를 보인다.


이달 초 검사장 인사 땐 '정치검사 약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검찰 내 이른바 '레드팀'을 자임하며 잘나가던 특수통 선배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던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차장검사를 패싱하고 곧바로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으로 직행했는데도 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에 찬성하며 전·현직 검찰 간부 고발에도 앞장섰던 인물이다. 검사장 첫 출근 후 임 지검장은 페이스북에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 역할은 너무도 막중하다. 잘 감당해 보겠다"는 요상한 소회를 밝혔다. 수사를 하는 검사인지, 정치인 인지 쉽게 분간이 안간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역시나 검찰 내 용기있는 싸움닭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엔 거대 야당이 검찰개혁 4법을 전격 발의했다.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신설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가 목적이다. 올 추석 전엔 '얼개'가 나온다. 건국 이래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가 뿌리채 흔들리게 됐다. 헌법에 적시된 검찰총장 직책은 없어지고 , 검사의 영장청구권 명시 조항은 운명을 다하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개헌 없이 하위법만 손질한 채 밀어부칠 태세다. 검사직을 유지하려면 공소청에서 기소 여부 판단과 공소 유지업무를 맡아야 한다. 수사를 원하면 검사 타이틀을 내려놓고 중수청 수사관(1~7급)으로 일해야 한다. 자존심 강한 검사들은 집단 변호사 개업이라도 해야 할 판국이다. 검찰개혁의 정수(精髓)는 11명으로 구성될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다. 공소청·중수청·공수처를 통제할 수 있는 막강 권력기관이다. 옥상옥(屋上屋) 사정 권력의 탄생이다. 시스템상 수사위원 임명엔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제왕적 형사사법시스템' 등장도 초읽기다. 검찰이 침묵할 때가 아니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기소를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한 것도 맞다. 하지만 기존 수사기관 중 가장 우수한 평을 들어온 검찰의 수사역량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애초 검찰개혁은 특정 진영 정치인을 과하게 수사한 것에 대한 앙갚음에서 출발했다. 국민 공감대가 그리 넓지는 않다. 검찰은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처럼 속성 처분만 기다릴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한다. 힘센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 정의(正義)는 아니다. 스스로 견제 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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