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새 혁신위원장을 선임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다. 윤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부친의 부동산 관련 문제로 의원직을 던진 인물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되는 대(對)정부 연설로 유명해졌다. 윤 원장의 임명으로 혁신위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분은 파국은 면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서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가 당 대표 출마로 선회한 안철수 의원과 당내 친윤(親尹) 세력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안 의원은 친윤의 상징적 인물인 이른바 '쌍권(雙權)'으로 불리는 권성동·권영세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 탄핵 과정에서의 비민주성,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인물로 쌍권을 꼽았다. 반면 두 권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노린 안 의원이 사익 추구를 공익과 개혁인양 포장한다"고 반격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급전직하의 모습이다. 당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무기력과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 정권교체 후유증이라 해도 지나친 감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3년이나 남아 있어 지금은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상책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특히 보수 지지율이 견고한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윤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거침이 없다. 방송3법에 신중하던 민주당은 태도를 바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협치를 강조했지만 벌써부터 독주의 기미마저 보인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박찬대 의원은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환수 법안(내란 특별법)'을 발의했다. 야당이 굳건해야 여당의 독주를 막는다. 정당 민주주의의 장치이다. 그런 시스템이 망가지면 국가는 불행해진다. 제1야당의 자포자기는 곧 대한민국의 동력이 꺼지는 것임을 국민의힘은 자각해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