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패권 경쟁과 국제질서 재편
한러관계 복원과 북극항로 대응
한일 경제협력의 투트랙 전략
EU와 디지털·녹색경제 연계
포항 북극항로 거점 전략 과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며 국제질서는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했다. 24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열린 제13회 환동해 국제심포지엄에서 4명의 전문가들은 환동해와 북극, 그리고 한반도의 새로운 전략지형을 제시하며 포항이 환동해권 중심 도시로 도약할 방안을 모색했다.
서동주 (사)유라시아정책연구원장은 트럼프 2.0 시대의 국제정치경제 질서 재편 속에서 한러 관계 복원과 북극항로 대응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관계는 최악의 상태지만, 미러관계 개선과 휴전 국면에 따라 제재 해제와 직항노선 재개 등 단계적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극항로는 2030년경 실용화될 국가 성장동력이며, 포항은 환동해 지정학적 가치를 살려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러 지방정부 협력체 운영, 차세대 전문가의 국제포럼 참여 등 지속가능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명찬 전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투 트랙 대일정책과 경제협력 강화를 해법으로 들었다. 그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 지금,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는 드문 시기"라며 "관세 문제와 공급망 안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대미 교섭력이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산업 협력으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과거사 문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은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EU 협력과 환동해권 대응을 제안했다. 그는 "EU는 환경·사회적 가치를 무역 규범에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한국은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산업 전환으로 EU 시장과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등 철강기업은 친환경 철강기술을 개발해 EU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며, 환동해권은 해양 바이오·청색경제 등 신산업에서 EU와 협력할 기회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5년부터 본격화될 EU '호라이즌 유럽' 공동연구 협력에서 포항이 연구허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명수 포항대 교수는 포항 발전전략과 북극항로 연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영일만항은 얕은 수심과 미비한 항만시설로 대형 선박 입항이 제한돼 있다"며 "수심 확장과 물류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북극항로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르만스크·캄차츠키 등 러시아 북극 항만과의 협력, 부산·울산항과 차별화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과 연계한 크루즈관광 산업과 북극권 도시 교류를 통해 포항의 관광·물류 산업을 동반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 전문가의 공통된 메시지는 트럼프 2.0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환동해와 북극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북극항로와 공급망 재편, 디지털·친환경 산업 협력은 포항을 환동해권 글로벌 거점으로 끌어올릴 전략축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기업·국가 차원의 맞춤형 대응과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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