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사고 발생 후 2주 지났지만 침수 흔적 여전
주민들 “15년 전 사고 트라우마 ‘제진기’는 왜 또 멈췄나”
직관로 수문 여전히 ‘임시 조치’ 대구시 “교체 예정이라…”

30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 '침수피해 접수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곡동에서는 2주 전인 지난 17일 빗물에 마을이 잠기는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노진실 기자
30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찾아간 대구 북구 노곡동은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지난 17일 노곡동에선 15년 전과 꼭 닮은 모습의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침수 사고 발생 2주가 지났지만, 마을 곳곳에는 순식간에 마을을 마비시킨 침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번 물난리로 침수가 된 한 가게 입구에는 '침수로 당분간 영업을 못한다. 복구 후 다시 찾아뵙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건물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마을은 생기를 잃은 듯 했다.
그늘에서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식히던 주민들의 대화 주제는 역시 '침수', 그리고 '제진기'였다.
주민들은 15년 전 그 난리를 겪고도, 또 다시 침수 사고가 발생한 것이 황당하고 믿기지 않는 듯 했다.
현재 침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노곡동 일원에 설치됐던 여러 배수 시스템이 관리·운영상의 문제로 모두 제 역할을 못하면서 역류와 침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진기는 노곡동 주민들에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장치다. 지난 2010년에도 제진기 작동 오류가 침수 피해를 키운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 주민은 "15년 전에 그게(제진기) 제대로 작동 안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 또 제진기가 가동을 멈춘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라며 "제대로 작동 관리가 안될 정도면 (제진기를) 없애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엔 대체 무슨 이유로 제진기 가동이 안 된건지 알고 싶다"고 했다.
배수 시스템 '운영 미숙'을 이번 침수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곡동에서 오래 살아 2010년 물난리도 겪었다는 한 60대 남성은 "아무리 봐도 관리 주체의 운영 미숙이 원인인 것 같다"라며 "제진기나 수문 등을 관리하는 건 경험에서 온 전문성과 노하우도 중요한데, 담당자들이 인사 조치 등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들이 아직까지 침수 여파로 고생을 하고 있다"라며 "부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노곡동 주민 김용태씨는 "결국 15년 전 침수피해 때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제진기는 다시 과부하가 걸려 한계를 여실히 보였다. 배수시설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주민들 모두가 깨달았다"며 "대구시에는 애초에 산 골짜기에서부터 부유물들을 내려오지 않게 사방댐 설치 등 전방위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곡동 배수펌프장의 직관로 수문이 침수 사고 발생 2주째가 되도록 여전히 '임시 조치' 상태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를 두고 대구시의 재난 이후 대응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대구시는 "직관로 수문 자체를 교체할수도 있어서, 수리가 아닌 임시 조치를 해놓은 상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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