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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등 굴곡의 120년 품은 ‘칠곡 호국의 다리’

2025-08-22 12:13

건립 120주년 맞은 칠곡 ‘호국의 다리’, 역사·사랑·기술이 공존하는 기억의 장소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올해로 건립 120주년을 맞은 다리가 있다. 그 이름은 '호국의 다리'.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구 왜관철교'(등록문화재 제406호)는 1905년 건립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 철교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다. 경부선의 일부였던 이 다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서다. 군사적 전략 요충지였던 낙동강을 건너는 이 철교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른 전장의 중심에서 치열한 교전의 무대가 되었다.


1950년 8월, 북한군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미 제1기병사단은 다리의 경간 일부를 직접 폭파했다. 이 작전은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고, 전세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이 다리는 더 이상 철을 나르는 수송로가 아닌, 목숨과 자유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렇게 이 철교는 '호국의 다리'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도 국민의 가슴에 전쟁의 기억과 함께 선명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전쟁은 끝났지만, 다리 곳곳엔 여전히 총탄 자국과 폭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누군가는 "그 상처가 곧 다리의 역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다리가 지닌 의미는 고통과 상처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이곳에는 전쟁을 넘은 사랑의 기억도 함께 흐른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장교 제임스 호머 엘리엇 중위는 생전에 칠곡 낙동강 방어선에서 복무했고, 그의 부인은 남편이 남긴 기억을 평생 간직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이 다리와 낙동강을 잊지 않았다.


2015년, 엘리엇 중위의 부인은 "남편이 잠든 강물 아래 함께 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유족들은 그 뜻을 따라 그의 유골을 다리 아래 낙동강에 뿌렸다. 그렇게 이 철교는 한 쌍의 전쟁 연인의 마지막 인연까지 품은 공간이 되었다.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호국의 다리<칠곡군 제공>

건축미로도 이 철교는 국내 근대 철교 중 독보적이다. 철제 트러스 구조와 I형 콘크리트 교각, 아치형 장식, 붉은 벽돌 마감 등은 20세기 초반 근대 건축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세월의 풍파에도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2008년에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특히 이 다리는 산업화 이전, 건축의 기능성과 미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던 시대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어, 건축학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는다.


칠곡군은 이 다리를 단순히 '옛 다리'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각오다. 현재 진행 중인 '호국평화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다리 일대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평화공원과 연계하여 다리 주변에는 LED 경관조명이 설치되었고, 인근의 폐터널이었던 왜관터널은 역사 콘텐츠가 어우러진 체험형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올 가을에는 데크 전망대가 다리 중간에 새롭게 설치된다. 관광객들은 이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의 푸른 물결과 함께, 야간에는 조명으로 수놓인 '호국의 다리'의 화려한 라이트쇼까지 즐길 수 있게 된다. 다리 위를 걷는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호국의 다리'는 단순한 유적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명소이자 교육과 관광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 다리를 산책로 삼아 걷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 배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이들에게는 기억과 낭만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앞으로도 이 소중한 유산을 잘 보존하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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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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