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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봉산문화거리?

2025-09-01 07:19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 논설위원

얼마 전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탄 적이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봉산문화거리에 있다. 버스 정류장 노선안내도에는 '봉산문화거리'라고 적혀 있어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안에서 혹시나 해 노선을 확인하니 봉산문화거리라는 정류장이 보이질 않았다. 늘 봉산문화거리 정류장이 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찬찬히 버스 노선을 살펴보니 봉산문화거리를 지나는 것은 맞는 듯했다. 봉산문화거리 정류장이 지하철 반월당역으로 바뀐 것이다.


전시를 보기 위해 봉산문화거리를 즐겨 찾던 미술 애호가로서 아쉬웠다. 봉산문화거리는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거리이자 서울의 인사동거리 같은 미술특화거리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이 길은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9번 출구에 인접한 입구에서부터 봉산오거리까지 약 600m에 달한다. 1980년대 화랑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1991년 봉산문화거리로 지정됐다. 봉산문화거리에 자리 잡은 화랑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봉산문화협회에서 매년 봄에는 도자기 축제, 가을에는 미술제를 열어 최근 미술 경향을 보여주고 신진작가도 양성해왔다.


수십 년간 특색 있는 화랑의 다양한 전시가 끊이지 않던 봉산문화거리가 몇 년 사이 급변했다. 오랜 기간 거리를 지켜온 화랑을 비롯해 표구사, 화방 등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더니 그 자리를 젊은 층이 선호하는 카페, 식당이 차지하고 있다. 봉산문화거리를 40여 년간 지켜온 터줏대감 동원화랑과 송아당을 비롯해 갤러리소헌&소헌컨템포러리, 소나무, 키다리갤러리 등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으며 문화거리의 위상이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반면, 카페와 식당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색 있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화랑이 즐비하던 봉산문화거리에 카페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봉산카페거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버스정류장 명칭에서 봉산문화거리가 사라진 이유도 짐작이 간다.


봉산 미술제와 도자기 축제가 열릴 때 관람객들로 북적이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니 이 같은 변화에 생각이 많아진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미술계 역시 어렵다. 지난해 비상계엄사태와 이어진 탄핵 심판 등으로 미술시장은 더 꽁꽁 얼어붙었다. 개점 휴업 상태라는 하소연이 빈말이 아니다. 현재 봉산문화거리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화랑 중 언제 또 문 닫는 곳이 나올지 모른다. 미술시장도 화랑 중심에서 아트페어나 경매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구에서만 해도 대구아트페어, 호텔아트페어 등 다양한 아트페어가 열린다. 일각에서 봉산문화거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 기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아직 봉산문화거리에는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봉산문화회관을 비롯해 국내외 거물급 작가 전시를 이어가는 우손갤러리 등 나름의 특색을 가진 크고 작은 화랑이 있다. 이들 화랑이 봉산문화거리에 새 둥지를 튼 카페, 식당은 물론 봉산문화거리 인근에 자리한 화랑, 고미술 화랑거리인 이천동의 화랑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봉산문화거리가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대구시와 중구청이 머리를 맞대어 자구책을 찾아보는 것과 함께 화랑들이 좋은 작가들의 전시를 보여주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위기가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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