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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에비앙의 배신

2025-09-03 07:57

과거 '에비앙' 생수는 부의 상징이었다. 생수를 돈 주고 사 마실 엄두를 못 내던 시절에 프랑스산(産) 에비앙 한 병값이 수천 원을 웃돌았으니, 생수계의 '에르메스', 명품 그 자체였다. 요즘도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십 수년간 빙하 지층을 거치며 자연 정화된다는 'Natural Mineral Water(천연 광천수)' 마케팅에 현혹돼, 비싼 값에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최근 에비앙의 생수가 천연 광천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에비앙은 수년 전부터 정수 과정을 거친 생수를 '천연 광천수'로 표시, 판매해 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지침에는 '천연 광천수'로 표시하는 제품의 경우, 정수처리 없이 그대로 병에 담겨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천연 생수는 보존된 지하 수원(水源)에서 취수하고, 소독도 금지된다. 앞서 페리에도 정화한 생수를 '천연 광천수'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됐다. 알프스 지역의 천연 샘물 취수 환경이 악화된 탓에 정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체들의 해명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얄팍한 상술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상기후 탓에 알프스에서도 천연 샘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지역에 잦은 가뭄으로 지하수의 양이 줄어든 데다, 폭우 땐 오염물질이 지하로 스며들어 깊은 암반수까지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도 생수 공급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최근엔 제주삼다수 취수원의 수위가 낮아진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상 기후 탓에 지하수 고갈과 수질 악화로 인해 생수 원가도 급등할 우려가 크다. 이러다가 기름값보다 비싼 생수를 마실 날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 모른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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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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