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경북 의성군 구봉공원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실경뮤지컬 장한상'이 공연되고 있다.<피재윤 기자>

14일 경북 의성군 구봉공원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실경뮤지컬 장한상'이 공연되고 있다.<피재윤 기자>
경북 의성군 구봉공원에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펼쳐진 실경뮤지컬 '독도장군 장한상'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조선 숙종 시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낸 수토사 장한상의 일대기를 다룬 이번 무대는 지역 역사와 정체성을 재조명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첨단 기술, 스타·시민 배우의 조화
구봉공원 절벽과 하천을 배경으로 펼쳐진 공연은 3D 비디오 매핑과 특수조명, 불꽃, 라이브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나무의 수형과 산의 굴곡까지 세밀하게 반영한 영상 연출은 실경산수화 같은 감동을 안겼고,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은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프랑스 영상감독 세바스티앙 살바냑의 참여로 국제 협업의 성과도 빛났다. 장한상 역의 김준현, 안용복 역의 조유신, 베트남 국민예술가 당 튀 미우옌이 합류해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특히 미우옌 배우는 장군의 아내 역을 맡아 깊은 울림을 전하며 한국·베트남 문화교류의 상징적 순간을 만들었다. 또한 의성군 시민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공유하는 장으로 확장됐다.
△비와 함께한 감동의 객석
공연 기간 중 이틀은 비가 내렸지만,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우중에도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졌고, 객석은 환호와 갈채로 화답했다. 첫날과 마지막 날은 공연 시작 전부터 입장객 행렬이 길게 늘어서며 구봉공원이 가득 찼다. 비가 쏟아지는 순간조차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기록됐다. 연출을 맡은 이정남 감독은 이번 무대를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라고 정의했다. 그는 "울릉도와 독도의 바람과 파도 속에 장한상의 발자취가 살아 있다"며, 공연을 통해 '지킨다'는 의미를 묻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김주수 의성군수는 "뮤지컬 장한상은 지역 예술 인재 발굴과 문화 브랜드 육성의 대표 사례"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손인락 영남일보 대표 역시 "오늘날 지켜야 할 가치와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고 평가했다. 공연 제작진은 앞으로 울릉도와 독도 현지 공연, 청소년 교육 연계, 국제 무대 진출까지 내다보고 있다. 실경뮤지컬 장한상은 나흘간의 공연을 넘어 지역민의 자부심과 문화적 에너지를 확인하는 장이었다. 역사와 현재, 지역과 세계가 교차한 무대는 '함께 기억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내년을 기약했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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