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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케데헌 열풍과 엔젤게임즈의 퇴장

2025-09-16 18:00

‘케테헌’ 세계 인기 힘입어
K콘텐츠 위상 날로 높아져
식품·관광산업 끄는 선순환
대구 대표 게임사 엔젤게임즈
폐업 교훈 산업생태계 점검도

윤정혜 경제팀장

윤정혜 경제팀장

얼마전 엑스코에서 열렸던 '2025 대구국제식품산업전'에서 호주에서 온 바이어 한명을 만났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의 푸드박람회를 찾았다고 밝힌 그는 현지에서 K푸드 열기를 '한방삼계탕' 인기로 표현했다. 한 그릇 3만원이 넘는 한방삼계탕 식당이 시드니에 오픈했는데, K콘텐츠 인기 덕분인지 웰빙음식·건강식으로 자리 잡으며 현지인들로 북적인다는 게 요지다.


그는 이어 우리가 밥 반찬으로 먹는 김이 현지에서는 가방 속에 넣어다니는 '핫한 스낵'으로 소비되고, 김밥과 떡볶이는 김치처럼 설명이 필요없는 글로벌 한식이 됐다는 부연도 했다. 바이어는 대구식품박람회에서 호주로 수입해 갈 울진·영덕 대게 식품업체를 발굴했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풍미가 남다른 동해바다에 수확한 대게가 현지인들에게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비쳤다. 그러면서 몇해 전 우연한 기회에 맛봤던 흑마늘 가공식품을 찾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며 박람회 부스를 바삐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K푸드를 포함해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한 순간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인기가 그 열풍에 불을 지폈다고 하니, 그동안 관심 없었던 '케데헌'을 일부러 찾아봤다. 우리 문화가 어떻게 녹아나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게 됐는지, 배경이 되는 한국을 찾아오게 만드는 그 힘이 궁금했다.


문화콘텐츠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문화콘텐츠에서 봐왔다. 특히 콘텐츠 소비가 영상을 시청하거나 단순히 음악을 듣는데서 그치지 않고 굿즈 구매와 배경 무대 방문으로 확장되며 관광산업에까지 파급되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도 주목할 변화다. 식품업체들의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K-팝,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효과로, 강력한 콘텐츠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이다.


케데헌 열풍 속 문득 엔젤게임즈 폐업 소식이 오버랩돼 씁쓸함을 남겼다. 엔젤게임즈가 어떤 기업인가. 게임산업 불모지 대구에서 창업해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게임개발사로 성장하며 대구의 스타기업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기업 중 한 곳이었다.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이 기대됐고, 문화콘텐츠산업 진흥 유공을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이력도 있다. 일본 대만 등 해외시장에서도 온라인 게임 1위를 기록할 만큼 글로벌 팬층도 확보했다. 자금사정 악화로 경영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만 들린다. 대구산(産) 문화콘텐츠 기업의 퇴장은 케데헌 열풍 속에서 지방 콘텐츠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드러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엔젤게임즈의 폐업을 보면서, 지금같은 케데헌 인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케데헌은 소니픽처스가 기획·제작을 맡아 산업적 관점에서 순수한 'K콘텐츠'라 하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지적재산권이 한국에 없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 고유 문화의 성장과 산업 간 연계, 선순환 구조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다른 케데헌, 대구의 케데헌을 위해서는 엔젤게임즈와 같은 중견·중소 개발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창업·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춘 구조적인 제도 지원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다수의 중소 제작사는 여전히 생존을 고민할 만큼 지방의 산업 여건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엔젤게임즈의 퇴장이 던지는 신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창작자들이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산업의 뿌리를 다져야 할 때다.


엔젤게임즈 폐업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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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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