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코 기획·주관전시회 진단~처방 리빌딩
러닝페스티벌·누들박람회 시민참여형 고민
“엑스코 전시공간 확충 검토 시작해야”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가 22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엑스코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마이스산업은 지금 전쟁입니다."
전춘우 엑스코 사장은 '전쟁'이라는 한단어로 마이스(MICE)산업을 둘러싼 국내의 치열한 산업 환경을 표현했다. 일산의 킨텍스나 인천 송도컨벤시아, 부산 벡스코 등 엑스코 규모를 넘는 각 지역 전시컨벤션센터들이 앞다퉈 전시공간을 확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고, 중소규모 도시에서도 전시공간을 새롭게 구축하며 마이스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는 중이다. 국내 마이스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올해 창립 30년을 맞은 엑스코의 경영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다. 그래서 지난 6월 취임한 엑스코 전춘우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 사장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경영부사장을 역임했고 한국전시산업진흥회 이사, 일산 킨텍스와 부산 벡스코 사외이사로 전시컨벤션 경영에도 참여한 마이스산업 전문가다. 엑스코 성장 적임자로 지목되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사장 공개채용에서 발탁된 그는 곧바로 고향 대구로 내려왔다.고향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 사장은 대구전통산업 섬유와 안경산업에 새 판로를 만들기 위해 유관기관과 각종 협회 등으로 광폭행보를 벌이는 중이다.
이와 별개로 엑스코 전체 기획·주관 전시회의 기회·위기요소 등 경쟁력을 들여다보며 전시 리빌딩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영혁신TF를 가동하고 신사업 개발에 나선다. 새로운 30년 준비에 들어간 전춘우 사장을 만나 엑스코의 미래를 들어봤다.
▶취임 100일 어떻게 보냈나.
"엑스코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방 최초의 전시컨벤션센터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제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도시 발전을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이러한 역할을 공고히하기 위해 지역 산업 특화 전시회 고도화 및 스마트·친환경 전시장 조성, ESG 기반 경영체계 구축에 집중했다. 특히 미래모빌리티, 로봇, ICT, 에너지, 의료 등 대구·경북 전략산업을 글로벌 무대와 잇는 전시·컨벤션 확대에 중점을 뒀고 이를 내부 구성원들과 경영비전으로 공유했다."
▶주요 전시컨벤션 공간이 전시공간을 확충하며 대형화 추세로 나아가면서 전국 마이스산업을 둘러싼 지자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는데.
"전시산업 경쟁력은 결국 시설 인프라와 서비스 품질에서 판가름나는데 국내 마이스산업은 지금 전쟁터와 다름없다. 앞다퉈 시설을 확충하고 중소규모 도시에서도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하며 전시회 개최에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엑스코는 지역 산업 특화 전시회를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해외전시회와 같은 글로벌시장 진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식품이나 화장품·뷰티산업 등 소비재와 한류 붐을 연결할 수 있는 해외 전시회를 기획해 'K-라이프스타일'의 세계 확산을 이끌 계획으로 관련 기관들과 논의중이다. 시설 부문에서도 엑스코는 2026년 목표로 동관 회의실(3개실, 8분할 규모로)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시 가동률이 60%에 도달하면 통상 포화상태로 보는데, 올해 엑스코 가동률이 54%다. 곧 포화에 도달할 수 있어 전시공간 확충도 지역사회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해외전시회와 같은 글로벌시장 진출 비전이 궁금하다.
"코트라 재직 당시 해외에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마이스산업 현주소나 비전을 파악하고 있고, 무엇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 그래서 대구의 섬유나 안경산업, 식품·화장품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되는 튀르키예, 태국, 베트남 등으로 진출 가능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섬유집적지인 서구 비산동 일대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지역 섬유산업이 쇠퇴하는 게 안타깝다. 엑스코 독자적인 해외진출보다는 각종 기관들과 협업하는 방법으로 한 스텝씩 나아갈 계획이다."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가 22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엑스코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타지역 전시컨벤션센터와 차별화된 엑스코의 장점, 어떻게 진단했나.
"엑스코의 가장 큰 강점은 지역 전략산업과 긴밀히 연계된 글로벌 전시회를 직접 기획·주관한다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 전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성장과 도시 경쟁력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코엑스는 서울 강남권 입지, 킨텍스는 국내 최대 규모, 벡스코는 해양·관광·물류 기반이라는 강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엑스코는 산업 전략성과 지리적 접근성, 주최·주관 역량을 모두 갖춘 차별화된 전시장으로 경쟁력을 키워갈 계획이다."
▶취임 이후 엑스코 기획·주관전시회 전체를 리빌딩하는 중인데 어느 단계에 와있나.
"스포츠에서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선수교체를 하듯 전시산업도 기존 전시회를 리뉴얼하거나 '쇼인쇼(Show in Show)' 형태의 특별관과 연계행사를 접목해 확장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전시회도 상품과 마찬가지로 생애주기를 가지기 마련이다.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등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전략적 처방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매년 2~3개의 신규 전시회를 발굴하고 일부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전시회를 민간으로 이양해 공동 주관하며 규모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중이다. 또 주요 전시회를 단순 반복하기 보다 시대적 요구와 산업 변화에 맞춘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스산업 전문가로 지역 사회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엑스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부분은.
"앞으로는 미래산업과 도시 발전을 동시에 선도하고 시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분야에 새로운 전시회를 기획할 계획이다. 우선 대구가 '로봇·AI 수도'를 지향하는 만큼 지역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한 AI 전환(AX) 전시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대구 제2국가산단, 대구·경북신공항 등 지역 현안과 연계한 전시회, 그리고 물·에너지·의료 등 대구가 강점을 지닌 분야의 국제회의와 연계한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시민 친화적 프로그램도 고민 중이다. 2026년 대구마스터즈육상대회와 대구국제마라톤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연계한 이를테면 '러닝 페스티벌', 국수 등 면요리가 특화된 대구 식문화를 반영한 '누들박람회' 같은 아이디어를 직원들과 논의하는 중이다. 대형 전시회와 연계한 축제형 행사를 통해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지원에도 기여하고 싶다. "
▶내로라하는 경쟁력 높은 전시회, 어떤 게 있나.
"오는 10월 열리는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는 미래모빌리티·로봇·ICT를 아우르는 첨단 융합 전시회로 산업 집약과 글로벌 브랜드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또 그린에너지엑스포,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이미 세계 10대 전시회, 아시아 3대 전시회로 자리매김하며 20년 이상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축산·농기계 등 전국 규모 산업전시회도 대구의 교통·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글로벌 전시 브랜드를 꾸준히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전시컨벤션은 공공재로 기능과 공급경제로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이 있다. 소비자와 만나고 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장으로 지역 경제의 새수요을 창출하는 발판을 만들겠다."

윤정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