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초단체들이 캐릭터를 활용한 행정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활용도와 성과는 고르지 않다. 일부 지자체는 수익화 사업까지 확장하는 반면, 여전히 기념품 제작에만 머무는 경우도 적잖다.

동구의 SNS 캐릭터 '동구르르'가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 유튜브 캡처.
◆동구 SNS 전용 캐릭터 '동구르르'…일관성은 숙제
대구 동구청은 지난해 9월 SNS 전용 캐릭터 '동구르르'를 론칭했다. 팔공산 모자를 쓴 돌멩이를 모티브로 한 동구르르는 '돌멩이와 함께하는 동구 모험'을 콘셉트로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유튜브 홍보 영상(14편) 제작에 활용돼 산불 예방, 미세먼지 저감, 군공항 소음 보상금 안내 등 생활 밀착형 메시지를 전했다. 1년간 SNS 콘텐츠에만 386건 활용됐고, 구정 소식지와 지역 행사에도 등장했다. 동구청은 응용 이미지를 주민에게 무료 배포하며, 2025년까지 75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은 동구청 블로그가 '2025 소셜아이어워드' 지방자치단체 구 분야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다만 기존 대표 캐릭터 '팔공군·금호랑'과 병행 운영되면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과제다.

서구의 캐릭터 '미래와 도약이'로 제작된 키링. 서구청 제공.

남구의 캐릭터 '너미와 마지'로 제작된 키링. 남구청 제공.
◆행사·기념품 중심 서구와 남구…달성군 '비슬이' 확장은 제한적
서구청 캐릭터 '미래와 도약이'는 지역 무형문화재 제4호 천왕메기를 형상화했다. 최근 일회용 필름 카메라, 키링 인형 등 관광용 기념품을 제작, 축제와 행사 현장에서 배포했다. 하지만 활용 범위는 관광 홍보와 행사장에 국한돼 있다. 주민의 일상적 접근은 쉽지 않다.
앞산 전망대 두 곳을 모티브로 제작된 남구청 캐릭터 '너미와 마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키링, 지비츠(Jibbitz·크록스 신발용 액세서리), 볼펜 등 소규모 굿즈 제작이 중심이고 대부분 증정용이다. 상업적 확장이나 공연·관광 콘텐츠와의 결합은 아직 요원하다. 남구청은 향후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지역 축제 연계로 활용도를 넓힐 계획이다.
달성군의 캐릭터 '비슬이'는 참꽃을 형상화해 자연친화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행정 홍보물과 현수막 등에 활용된다. 올해 카카오 무료 이모티콘으로도 배포됐다. 하지만 굿즈 제작이나 관광 콘텐츠로의 확장은 미미하다. 개발된지도 오래됐지만 새 캐릭터 개발은 예산 낭비 논란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 "스토리와 주민 접점이 관건"
전문가들은 지자체 캐릭터의 공통적 한계로 △스토리 부족 △메시지 일관성 결여 △주민 접점 미흡을 손꼽는다. 계명대 김광협 교수(광고홍보학과)는 "SNS용, 행사용, 홍보용 캐릭터가 분리 운영되면 브랜드 효과가 분산된다"며 "일관된 정체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채널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주민이 캐릭터에 직접 참여하고 체감할 수 있어야 지속력이 생긴다"며 "캐릭터 성공은 스토리와 진정성에 달려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와 연결된 이야기를 담고,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체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장기적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캐릭터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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