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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영남일보 80주년, 다시 未踏의 고지를 향해

2025-10-12 20:38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영남일보가 올해 창간(1945년 10월 11일) 80주년을 맞았다. 어느 지방 일간지도 밟지 못한 장구한 여정이다. 그 오롯한 세월의 더께는 켜켜이 쌓인 땀과 노력과 역사와 영욕의 자취다. 지역 일등 정론지로서 6·25 전쟁 때도 휴간 없이 언론의 사명을 다했으며, 지방신문 최초의 가로쓰기로 혁신을 주도했다. 신군부 폭거에 의해 강제 폐간당하는 질곡의 시간도 겪었다. 찬연한 80성상(星霜)은 온전히 독자들의 격려와 성원, 질정 덕분이다.


미디어 생태계는 달라졌다. 촘촘한 인터넷 그물망과 시·공간을 축약하는 디지털 문명이 뉴스와 정보를 실시간 대중에게 전파한다. 영남일보는 종이신문의 품격, 인터넷 신문의 속보성, 유튜브(영남일보TV)의 화제성을 아우르며 종합 디지털 미디어의 입지를 다질 것이다.


작금 대한민국과 대구경북은 일대 전환기에 서 있다. AI 전환기이기도 하지만 앵글을 넓히면 문명 대전환기란 말이 더 적확해 보인다. 유례없는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의 격변기이기도 하다. 야만을 획책했던 비상계엄이 있었고, 내란 종식을 위한 특검 수사와 단죄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힘의 논리와 극단의 확증편향이 지배하는 여의도는 여야 극한 대치로 정치 실종 상태다. 트럼프의 대미 투자 압박은 거세고, 남북관계는 좀처럼 해빙의 물꼬를 트지 못한다. 휘발성 높은 이슈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의 방향성을 두고도 불협화음을 노정한다. 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지역·이념·세대·노사 간 뿌리 깊은 불신의 골이 패어 있으며, 자산 양극화와 진영 양극화는 임계점에 달했다. 저성장·저출생·고령화는 난삽하고 해묵은 현안이건만 신박한 해법이 없다.


지방과 수도권의 간극은 거의 무한대다. 한때 한강 이남의 최고 명문이었던 경북대가 'in 서울' 대학에 뒤처지는 실상은 지방 황폐화의 적나라한 서사다. 강남 아파트 한 평 값이 지방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다니 지독히 비현실적이다. 1960년 20.8%였던 수도권 인구는 이제 절반을 넘어섰다. 우린 '수도권 공룡' 시대를 살고 있다. 비수도권은 지방자치제 시행 30년이 되도록 '2할 자치'의 한계에 갇힌 형국. SOC 사업인들 순탄하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이 자금 조달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는데 필수 인프라조차 지방 박대의 관행에 얽매이는 현실이 신산하다. 이재명 정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


개헌 필요성에는 국회와 정치권이 공감한다. 권력 구조 개편은 물론 국민 기본권 신장, 지방분권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지방분권 국가임을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자치 기능과 재정권을 고양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의 분화도 중요하다. 선거제도를 개선해 지역 패권정치를 봉쇄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리하여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정의가 복원되고 약자와 지방을 배려하는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영남일보는 자유 언론의 대경대도(大經大道)를 좇으며 당파를 초월한 정론을 환기할 것이다.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의 공존지대를 넓힘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경제 활력 제고도 우리의 책무다. 퇴행적 정치 패러다임을 바꿔 민생 진작과 협치 실현에 일조할 것을 다짐한다. 균형의 가치에 충실하며 이성과 관용을 겸비한 품위 있는 언론을 지향하고자 한다. 영남일보는 다시 미답(未踏)의 고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오직 대구경북지역민과 영남일보 독자들만 보면서. 논설위원



지방신문 최초 장구한 자취


'가로쓰기' 혁신 주도하기도


'수도권 공룡'··· 지방 황폐화


균형 가치 충실한 언론 지향


당파 초월 정론 환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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