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양념·간장소스, 세 가지 맛으로 즐기는 장어의 변주
뽀얀 국물의 장어탕, 20년 세월이 빚어낸 깊은 맛
대구 달서구 '선운산 풍천장어'의 장어구이.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어느덧 몸이 따끈한 기운을 갈망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이럴 때면 단순한 식사를 넘어, 기운을 북돋우는 음식이 절실히 생각난다. 대구 달서구 '선운산 풍천장어'는 바로 그 갈증을 풀어주는 공간이다.
20년 세월의 내공이 묻어나는 이 집은 입구부터 정겨운 기운이 흐른다. 특히 바깥에 마련된 야외 좌석은 가을의 운치와 함께 장어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옛 정취가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벽면에 걸린 연예인 사인은 이곳의 세월과 명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풍천장어 구이다. 이 집의 장어는 크기에 따라 큰 2미와 작은 4미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는 큰 장어가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사장님의 권유는 다르다. 작은 장어, 즉 4미가 더 쫄깃하고 맛이 깊다는 것이다. 실제로 2미와 4미를 모두 맛본 결과, 입안에서 탱글탱글 살아나는 식감은 4미가 더 매력적이었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깻잎 위에 올려 정성스레 구워내는 모습은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간장구이는 따로 없지만, 소금구이에는 곁들여 나오는 꾸덕한 간장소스가 있어 장어를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담백한 소금구이, 은근한 매력의 양념구이, 그리고 소스와 함께 먹는 장어구이 등 한 자리에서 다양한 맛의 변주를 경험할 수 있다.
장어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복분자주 한 잔을 함께 곁들이면, 식사의 만족은 배가된다.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풍미가 맞물리며, 입안 가득 행복감이 퍼진다.
'선운산 풍천장어'의 진짜 매력은 구이로 끝나지 않는다. 흔히 붉은 국물로 익숙한 장어탕과 달리, 이곳은 뽀얀 흰 국물의 장어탕을 내놓는다. 국물 속에는 갈아낸 장어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 한 숟갈 떠 넣는 순간 온몸에 보약이 스며드는 듯한 기운이 돈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는 요즘, 지글지글 구운 장어로 기운을 돋우고, 뜨끈한 장어탕으로 속을 따뜻하게 달래보는 건 어떨까.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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