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1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준비 부족 등으로 행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과 연쇄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관세 협상 타결 등 외교적 성과도 냈다.
올해 APEC이 열리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난해 6월 경쟁 도시들을 제치고 행사 유치를 확정했지만, 준비기간이 짧아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동안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 대선 등 국내 정치상황도 혼란스러웠다. 이만이 아니다. 무역전쟁 중인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경주선언'을 포함한 3건의 주요 성과 문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장국으로서 이 과정을 이끈 한국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아울러 행사를 준비한 지자체, 진행요원, 자원봉사자, 경주시민 모두가 성공적인 행사 준비에 적극 동참한 덕분이다.
이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 등 첫 다자외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내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가며 정상 외교에 공을 들였다. 미국과는 정상회담 때 합의안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대미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을 승인하는 성과도 냈다. 일본,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여 만에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점도 APEC의 성과다. 향후 미·중 관계만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합의가 한국을 무대로 성사된 것이다.
정부와 경북도, 경주시는 APEC 성과가 경주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하도록 포스트 APEC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는 APEC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APEC 이후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10대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APEC의 성공 개최를 기반으로 경주를 세계 10대 글로벌 관광도시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저력이 포스트 APEC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 그러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강조한 APEC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이끄는 토대가 되고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이란 바람이 실현될 것이다.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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