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에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실제 경제지표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우리나라에 반영이 가능한 정책 성공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이다. 경북PRIDE기업 CEO협회는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지역 기업들의 해외시장 조사 및 정보 수집을 돕기 위해 총 20여 개국에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스를 구축했다. 이들은 현지의 시장상황 및 산업분석, 현지 주요 이슈와 같은 양질의 국가별 시장정보들을 지역 기업들을 위해 전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역 기업만이 아닌 지역민 전체를 위해 블로그나 페이스북보다 더 친절하고, 학술지나 논문보다 정확한 해외 정보를 매월 1회 지면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호주인의 최대 70%가 집에서 편안하게 죽는 것을 선호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10% 미만이었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소(AIHW)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호주에는 인구 1천명당 15명 비율인 약 41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발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증가해 9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절반 가까운 1천명당 429명이 고통받고 있다.
치매는 2022년 기준 호주에서 전체 사망의 9.3%를 차지하며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으로 집계됐다. 치매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2009년 8천500명에서 2022년 1만7천800명으로 증가했다. 치매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주거용 노인 요양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65세 미만 치매 환자의 95%는 지역사회에서 거주하고 있는 반면, 90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의 경우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비율은 54%에 그친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치매 환자 중 86%는 가족 등과 함께 개인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14%는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생산성위원회에 따르면, 호주인의 최대 70%는 자택에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길 희망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1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의 요양원 입소가 증가하면서, 요양원 거주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요양원 입소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호주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요양원에 입소하는 경우, 자택에서 돌봄을 받는 것보다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돌봄 비용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호주는 노인이 요양원에 입소할 경우 한화 약 3억원 수준의 돌봄 비용을 요양원에 지급하고 있으며, 재산이 많은 노인의 경우 비임상 비용 일부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평생 자기부담금은 13만 호주달러(한화 약 1억1천만원)로 제한되어 있다.
◆노인 돌봄,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이뤄져야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 머무르기를 선택하는 노인은 2035년까지 약 1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도 자택에 머무는 노인을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노인 돌봄 국가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10년간 30만명 이상의 노인이 요양원이 아닌 자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거 환경 개조비 1만5천 호주달러 △일상 돌봄 서비스 최대 7천800 호주달러 △생애 말기 지원 최대 2만5천 호주달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향후 40년 동안 호주의 65세 이상 인구는 두 배 이상, 85세 이상 고령자는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요양원이 아닌 자택 중심의 돌봄 체계로 전환할 경우, 노인 돌봄 예산 증가율은 보다 완만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추가로 30만명의 노인이 자택에서 머물 경우, 참여 인구와 돌봄의 질이 향상되더라도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연평균 노인 돌봄 예산 증가율은 기존 5.7%에서 5.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GDP 대비 노인 요양 지출도 1.5%에서 1.4%로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를 포용하는 지역 공동체 건설
최근 호주에서는 치매에 대한 접근 방식을 '돌봄 중심'에서 '지역사회 통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더 오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치매 친화적인 공동체'(Dementia-Friendly Communities)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지역 주민과 기업 등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이 치매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이러한 공동체 조성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는 바로 지방자치단체이다.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의 일상 활동에 참여하며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행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서호주 스완시(Swansea)는 2022년 '스완시 치매 연합'을 출범시키고, 치매 친화적인 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치매·노인 요양 서비스(DACS) 기금
치매 친화적인 공동체를 조성하더라도, 치매 관리 전문가의 전문적 지원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특히 요양원 입소자의 절반 이상이 치매 환자인 현실에서, 요양 보호사와 돌봄 인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치매 및 노인 요양 서비스(DACS) 기금'을 통해 행동 관리 자문 서비스와 치매 치료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보호자와 돌봄 인력의 부담을 덜고 돌봄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 이 기금은 전문 교육 프로그램과 중증 행동 대응팀(SBRT) 운영에도 쓰여, 요양시설 종사자들에게 24시간 임상 지원과 현장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치매 친화적인 공동체' 위한 지역사회의 도전
호주 골드코스트에서는 치매 환자를 위한 포용적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네트워크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 모임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며, 매달 한 차례 정기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지역 도서관은 회의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며, 모임에서는 매번 다양한 치매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한 강의와 친목 시간이 마련되어 정보 공유와 상호 지지를 위한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치매 환자와 함께 걷는 행사에 참가한 젊은 학생들.
한 비영리 단체는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건강 문제나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훈련된 앵무새를 동반자로 제공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정서적 교감과 일상 자극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려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젊은 세대가 많은 지역의 에마우스 가톨릭초등은 치매 친화적 공동체 활동으로 노인과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공연과 미술 활동을 함께하는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끄는 베네사씨는 어린 시절부터 치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심어주는 교육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치매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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