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존권 사이에서 국제사회에 던져진 숙제
국제사회 방문 이후 드러난 ‘대표성 왜곡’ 논란
“환경과 생존권의 균형”…주민들이 국제사회에 던진 마지막 질문
지난달 봉화군 석포면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 회원들과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준오기자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산자락에서 이어져 온 산업과 생존의 역사가 이제 국제사회 앞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봉화·태백·석포 주민들로 구성된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투위)'는 13일(현지시간) 유엔(UN)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피차몬 여판통(Pichamon Yeophantong)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석포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공투위가 국제사회에 공식 입장을 전달한 배경에는 지난 1일 일부 환경단체와 변호사들이 여판통 위원장과 석포 현장을 방문해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그 자리에 석포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들은 단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다는 것이 공투위의 설명이다.
공투위는 성명에서 "그날 위원장님이 만난 이들은 석포 주민이 아니며, 우리 지역민과는 아무 관련 없는 외부 단체"라며 "일방적 주장으로 국제사회를 오도하는 것은 지역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간담회 전날 환경단체가 회의실 사용 요청을 정식 공문이 아닌 메신저 메시지로 보내왔고, 주민 대상 안내는 '전무'했다"며 "이는 특정 단체의 입장을 UN에 지역 전체의 민심처럼 포장하려 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실제 현장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변화가 국제사회에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한다.
공투위는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6년간 폐수를 외부로 방류하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 오염 확산 방지시설 등에 총 5천200억원을 투자했다"며 "제련소 상·하류 수질은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제련소 앞 강에서는 멸종위기 1급 수달과 다양한 어종이 확인된다. 이 변화는 주민들이 매일 체감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말 봉화·태백·석포 주민 5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이전·폐쇄 논의는 지역 공동체 파괴"라며 도청과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 사실도 서한에 담았다. 공투위는 "우리는 지역을 지키고자 모였다. 여기 사는 주민의 목소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려는 절박한 외침이 진짜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안은 환경단체의 일방적 주장과 달리, 지역 생존권·지역 경제·고용·환경 개선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단순한 환경 논쟁을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다루는 중대한 정책 과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의 과정에서 주민은 배제되어 왔으며, 공투위는 이를 "민주적 절차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공투위는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며 "UN 실무그룹이 석포의 실제 거주 주민들과 공식 간담회를 열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균형 잡힌 정보를 국제사회에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정부·지자체·주민·기업이 참여하는 상생 구조만이 이 지역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라며 협력의 문을 다시 열어뒀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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