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재초 티볼클럽의 한 여학생이 티에 공을 올려놓고 타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효설기자
대구 서재초 티볼클럽의 한 여학생이 티에 공을 올려놓고 타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효설기자
박성준 대구 서재초 티볼클럽 감독이 학생들에게 티볼 지도를 하고 있다. 이효설기자
대구 서재초 티볼클럽 학생들이 방과후 운동장에서 티볼 배트를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효설기자
# 지난달 15일 오후 3시 대구 달성군 서재초 운동장. 여느 초등생이라면 하교하기 바쁘게 학원에 갈 시간이지만, 이 학교 티볼클럽의 5·6학년 학생 40여 명은 학교를 떠날 줄 몰랐다. 남녀 초등생들은 줄을 지어 자기 순서가 되면 공을 치고, 운동장을 냅다 달렸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됐고, 여학생이 남학생이 내야수와 외야수 포지션에 고루 배치돼 경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 학교 6학년 김단우양은 "티볼을 쳐서 멀리 날아가면 공부 스트레스가 확 날라간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 서재초 티볼클럽이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재초는 지난 1일 강원도 횡성군 횡성 베이스볼 테마파크에서 열린 '제18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 티볼 대회' 초등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에서 지역대회를 뚫고 전국대회에 올라온 초등학교 여자부 16팀이 참가했다.
이처럼 초등 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티볼은 일부에선 생소한 스포츠다. 티볼은 야구를 변형한 뉴스포츠. 투수가 없는 것이 야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고, 배팅 티 위에 올려진 공을 타자가 쳐서 1루, 2루, 3루를 돌아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면 득점하는 방식이다. 공과 배트는 폴리우레탄 재질이어서 몸에 맞아도 안전하다.
모든 팀원이 한 번씩 공을 치는 전원타격제가 원칙이다. 5이닝 동안 진행해 체력 부담이 적다.
박성준 티볼클럽 감독은 "티볼은 남녀가 같이 경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구기종목인데, 부상 위험이 거의 없다"면서 "남녀 차별없이 한번 씩 타격하니까 여학생들이 자신만만하게 접근하면서 더 좋아한다. 또 티볼을 배우면 성인이 돼서 볼링, 골프처럼 생활체육으로 계속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티볼은 2008년 정규체육과목에 포함돼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엘리트 스포츠를 배제하고 전통적인 학교 체육으로 성장한 종목이라는 것. 1997년 티볼협회가 창립된 후 학교 체육을 대상으로 보급을 시작했다. 즉, 야구의 흥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스포츠다.
한소은양(5학년)은 "티볼을 하면서 몸이 건강해진 것도 좋지만, 취미로 할 수 있는 운동이 남자들만 하는 줄 알았던 야구여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10명이 함께 하는 경기인만큼 다 같이 잘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티볼의 장점이다. 공동의 목적을 통한 결속성과 협동심, 상대방을 위한 배려 등 인성 함양에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라는 것. 개인주의에 익숙한 요즘 초등생들에겐 정말 필요한 단체 운동이라는 게 티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엘리트 스포츠는 성적을 내기 위한 지도를 해야 한다. 어떤 면에선 학생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냐"면서 "하지만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티볼을 익히는 학생들은 몸을 쓰는 경험을 하고, 그저 스포츠에 몰입하면서 즐기면 된다. 스포츠를 하는 과정에 목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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