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직후 카이로대 찾아 ‘SHINE’ 비전 발표
가자지구 지원 약속 저녁엔 동포 150명과 만찬
“직항 없는 현실 놀라워, 교정해야”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에서 '함께 여는 빛나는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현지 대학 연설과 동포 간담회를 연달아 소화하며 숨 가쁜 외교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이로대학교를 찾아 한국과 중동의 새로운 협력 비전인 'SHINE(샤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저녁에는 동포들을 만나 직항 노선 개설 등 실질적인 현안을 챙겼다.
◆ 취임 후 첫 대학 연설… "가자지구 1천만불 추가 기여"
이날 오후 4시10분쯤 카이로대 대강당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앗-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아랍어 인사로 연설을 시작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해외 대학 연설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피라미드를 보러 가는 대신 양국 미래의 주역인 여러분을 만나러 학교로 달려왔다"며 친밀감을 표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국과 중동 협력의 청사진으로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골자로 한 'SHINE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에서 학생들이 '함께 여는 빛나는 미래'를 주제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강연을 들으며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안보 이슈와 관련해 "우리 국민은 전쟁의 포화와 이산가족의 슬픔을 겪었기에 분쟁 지역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며 "가자 사태 극복을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에 1,000만 달러(약 140억 원)를 새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가자지구 복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1919년 한국의 3·1 운동과 이집트의 반영(反英) 혁명, 이후 1943년 카이로 선언을 통해 독립의 전기를 세운 것을 언급하며 양국의 역사적 유대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 동포 간담회서 '직항 개설' 의지… 민주주의 자부심 강조
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ㆍ지상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곧바로 카이로 시내 호텔로 이동, 오후 7시 10분부터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김혜경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뒷얘기를 전하며 동포들의 숙원인 '직항 노선'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과 예정에 없이 긴 시간 진지한 논의를 했다"면서 "양국 간 직항로가 아직 없다는 얘기에 놀랐다. 교류 규모에 비추어 당연히 교정해야 할 현실"이라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발생했던 계엄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점도 놀랍지만, 작년 계엄 사태와 같은 황당무계한 역사적 어려움을 무혈혁명으로 극복하고 정상을 회복한 것을 보며 (엘시시 대통령이) 참 대단한 나라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이 모여도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고 국민의 뜻을 관철해 낸 기적과 같은 역사"라며 "다시는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겠다"고 약속해 동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동포·지상사 간담회에서 화동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는 박재원 이집트 한인회장 등 동포 15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대통령 부부는 포토존에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기념 촬영을 하며 격려했다.
한편 이 대통령인 21일 오전 이번 중동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의 게기인 G20(주요20개국) 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향한다.
지난 19일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주기한 공군1호기.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이집트 카이로에서 정재훈 기자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