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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환경과 공존을 위한 선택

2025-11-24 14:50
박춘식 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장

박춘식 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장

요즘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건설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어떤 이들은 "환경을 파괴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자연을 지키는 일"이라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사업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드는 일임을 알 수 있다.


팔현습지가 포함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단순히 산책로를 놓는 사업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고, 제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재해예방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강을 더 가까이 느끼고, 아이들이 자연 속을 걸을 수 있도록 보도교가 함께 설계됐다.


하지만 2024년 3월 착공 이후 보도교 구간은 일부 환경단체의 과도한 탓에 사업이 충분히 진척되지 못한 채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물론 환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친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수리부엉이, 담비, 남생이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되자, 교각 수를 줄이고 서식지로부터 거리를 두며 동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설계했다.


즉, 하천을 단절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과 사람을 잇는 다리를 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은 이미 환경영향평가법 제43조에 따른 협의 절차를 마쳤다. 환경부의 거짓·부실 심사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정됐다.


법적·절차적 검증을 거친 만큼 '환경파괴'라는 단순한 말만으로 사업을 철회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때로는 '지키려는 마음'이 지나쳐 자연의 순리를 해칠 때도 있다. 실제 금호강 일대에선 식생이 과도하게 보호돼 강의 흐름이 막히고, 물이 넘치는 사례가 확인됐다.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무분별한 식생보존은 유수(流水)의 소통을 방해해 오히려 국지적 홍수피해를 키우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구시는 그간 지방하천인 욱수천·매호천·범어천에 대해 정비와 산책로 조성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금도 그 곳에는 수달, 오리 등 다양한 생물이 여전히 터를 잡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정비가 곧 파괴가 아니라, 오히려 생태와 사람의 조화로운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현장에서 보면 공존 모습은 더 생생하다. 실제 산책하던 한 엄마와 아이가 있었다. 엄마가 다소 큰 목소리로 통화 중이었는데, 아이가 "엄마, 여기에 수달이 산단 말이야. 조용히 해야 되요"라고 말하며 강변을 바라보던 모습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자연은 사람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해야 지켜지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숨 쉬며 배워가는 공간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금호강의 보도교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걸으며 새소리를 듣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보며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자연을 완전히 차단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연 속에서 공감하고 배우는 길을 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생태교육이자 환경보전의 출발점이다.


환경 보전과 시민 안전은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다. 조화와 균형 속에서 함께 실현해야 할 공동의 목표다. 앞으로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사실에 기반한 논의와 협력적인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금호강이 시민에게 열려 있고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자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자체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환경 보전의 모습일 것이다.


박춘식<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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